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는 다른 품종 / ‘탄닌 거친 저가와인’ 편견 몬테풀치아노 알고 보면 부드럽고 우아한 가성비 ‘끝판왕’/ 아브루쪼 르네상스 선도하는 테누타 울리쎄

와인을 좀 안다고 하는 이들도 이탈리아 와인을 마시다보면 헷갈리는 와인이 있답니다. 바로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Montepulciano d’Abruzzo)와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입니다. 또 발음이 비슷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까지 있답니다. 이름까지 길고 외우기 어려워 구분이 잘 안됩니다. 같은 와인인 듯 하면서도 전혀 다른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매력을 찾아 ‘이탈리아의 백두대간’ 아부르쪼로 떠납니다.

◆다양한 산지오베제 클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레드품종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다양한 클론이 있답니다. 유전적으로 좀 불안한 품종이라 변이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브루넬로(Brunello),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프루뇰로 젠틸레(Prugnolo Gentile), 넬루쵸(Nielluccio), 산지오게토(Sangiogheto) 등이 산지오베제의 대표 클론입니다. 예전에는 크게 산지오베제 그로쏘(Sangiovese Grosso), 산지오베제 피꼴로(Sangiovese Piccolo)로 계열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로쏘는 크다, 피꼴로는 작다는 뜻입니다. 이름때문에 그로쏘가 좀 더 우세한 클론처럼 여겨지는 편견이 생겨 지금은 잘 쓰지 않고 있습니다.

산지오베제로 와인을 만드는 토스카나의 대표 와인산지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이렇게 세곳입니다. 브루넬로는 그로쏘 계열입니다. 브루넬로 디 몬테풀치아노는 와인업계에서 약자로 ‘BDM’으로 부르며 명성때문에 국내 와인샵에서 보통 10만원 안팎은 줘야 살 수 있답니다. 브루넬로는 키안티 클라시코 남쪽에 있습니다. 날씨가 키안티 클라시코보다 더 따뜻하고 포도밭은 햇살이 잘 드는 구릉지대 언덕에 있어 같은 산지오베제이지만 햇살을 더 많이 받아 껍질이 두껍고 탄탄합니다. 브루넬로에선 산지오베제 100%를 사용하며 바롤로보다 더 풀바디 와인으로 빚어져 장기숙성이 가능합니다. 바롤로보다 긴 최소 4년(오크 숙성 최소 2년) 숙성한 뒤 출시해야합니다.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는 1980년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DOCG 등급을 받은 마을입니다. BDM과 비교해 ‘VDM’으로 구분하면 쉽겠네요. 중세시대 거리가 아주 고풍스런 마을 몬테풀치아노에서 생산되는 산지오베제 와인으로 몬탈치노 동쪽에 있습니다. 산지오베제 클론 푸루뇰로 젠틸레를 사용합니다. BDM의 명성에 좀 밀리다보니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고귀한 와인’이란 뜻의 ‘비노 노빌레’를 이름에 붙였습니다. BDM의 명성에 밀리는 대신 훨씬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결론은 키안티 클라시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는 다 같은 산지오베제 와인입니다. 규정상 BDM은 산지오베제 그로쏘 100%를 써야하며 끼안띠 클라시코는 산지오베제 최소 80%,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는 푸루뇰로 젠틸레를 최소 70%를 사용해야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산지오베제 100%를 사용합니다.


◆목넘김이 부드러운 몬테풀치아노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는 아브루쪼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입니다. 여기서 ‘몬테풀치아노’는 품종이름으로 산지오베제와는 전혀 다른 품종이랍니다.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의 ‘몬테풀치아노’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몬탈치노’는 마을 이름이니 이제 헷갈리지 마세요.
몬테풀치아노 품종은 토스카나 동쪽 아브루쪼, 마르케(Marche), 풀리아(Puglia)가 고향으로 특히 아브루쪼 생산 포도의 80%를 몬테풀치아가 차지합니다. 토스카나를 제외하고 이탈리아의 거의 전역에서 키우는 굉장히 흔한 품종이죠. 과거에는 프랑스 남부 까리냥(Carignan/Carignane)처럼 탄닌이 굉장히 거칠고 흔하게 자라는 품종이다보니 대량생산되는 저가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탄닌이 너무 거칠고 세면 촌스러운 와인이란 평가를 받게 마련이죠.

하지만 지금은 현대적 양조기술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탄닌의 질감이 아주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잘 익은 검붉은 체리와 자두 등 과일향이 풍성하고 오레가노 등 허브향도 어우러집니다. 더구나 가격도 착하고 실패 확률도 적으니 몬테풀치아노 품종 와인들을 다양하게 즐겨보세요. 아기 다다시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우마니 론끼 요리오(Umani Ronchi Jorio)가 몬테풀치아노 품종으로 대중화에서 성공한 대표 와이너리랍니다.
로마에서 차로 두시간 거리인 아브루쪼는 천혜의 자연환경도 자랑합니다. 이탈리아 동해인 아드리아해를 거느리고 있고 백두대간 같은 이탈리의 등줄기 아펜니니(Appennini)가 지나갑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 그란 사쏘(Gran Sasso)는 해발 2912m에 달하며 만년설로 덮여있어 스키와 바다 수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10년 빈티지를 한잔에 담는 테누타 울리쎄
2006년에 설립된 아브루쪼의 와이너리 테누타 울리쎄(Tenuta Ulisse)는 수백년된 와이너리가 즐비한 이탈리아엔서 신생 와이너리입니다. 하지만 두 형제 안토니오(Antonio)와 루이지 울리세(Luigi Ulisse)가 열정적으로 와이너리를 이끌어 가면서 현재 아브루쪼를 대표할 정도로 와인 잘 만들기로 소문이 자자한 와이너리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와인 전문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몬테풀치아노와 화이트 품종 페코리노, 트레비아노 등 토착품종에 과학적인 와인메이킹을 결합한 점이 돋보입니다. 전통, 역사, 빈야드를 존중하면서도 끊임없는 품질 연구로 아브루쪼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랍니다. 한국을 찾은 테누타 울리쎄 오너 일가인 수출매니저 마르코 디 파올로(Marco di Palolo)를 만나 몬테풀치아노의 매력을 들어봤습니다. 테누타 울리쎄 와인들은 문도비노에서 수입합니다.


아마란타(Amaranta)가 테누타 울리세 대표 레드 와인입니다. 잘 익은 체리 등 농밀한 과일향으로 시작돼 잔을 흔들면, 농축된 말린 과일향, 드라이 플라워, 감초 같은 허브향이 피어 오릅니다. 풀바디 와인이지만 크리미한 질감이 돋보이고 탄닌은 사랑하는 이의 입맞춤처럼 부드럽네요. 산도, 당도, 탄닌, 알코올이 환상적인 밸런스를 이뤄 첫 모금에서도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부드러운 여운도 길게 이어집니다. 80%는 적기에 수확한 포도를, 20%는 약간 과숙했을 때 수확한 포도를 섞어 산도와 당도를 모두 잡았습니다. 포도나무 수령은 55년으로 세월만큼 깊숙한 복합미도 잘 느껴집니다. 미국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1년 숙성하며 숙성 치즈, 양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5년 연속 저명한 평론가 루카 마로니(Luca Maroni) 99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아브루쪼는 와인스페테이터가 2022년 올해의 와인 생산지(Region of The Year)로 선정할 정도로 요즘 핫한 라이징 스타에요. 토착품종인 몬테풀치아노의 탄닌을 부드럽게 만들면서 유명해졌죠. 떼루아도 아주 뛰어납니다. 테누타 울리쎄 포도밭은 바다에서 5분 거리로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해양성 기후입니다. 더구나 20분만 걸어가면 해발고도 2000m의 높은 산맥이 가로 막고 있어 나쁜 날씨의 영향도 막아준답니다. 보통 레드 와인은 빈야드에서 나오고, 화이트 와인은 와이너리 양조장에서 탄생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레드 와인은 포도밭 환경이 중요하죠. 정말 부드러운 탄닌이 만들어지려면 포도밭의 자연환경 조건이 필수적이랍니다.”

테누타 울리쎄 10벤뎀미에 리미티드 에디션(Tenuta Ulisse 10 Vendemmie Limited Edition)은 아마란타의 10년 세월이 켜켜이 쌓인 경이로운 시그니처 와인입니다. 아마란타를 만드는 포도즙 중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즙만 골라 무려 10개 빈티지를 블렌딩했다니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다양한 빈티지를 섞는 샴페인과 비슷한데 10벤뎀미에는 ‘솔레라(Solera)’ 방식으로 만듭니다.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쌓인 통의 맨 꼭대기 통에 매해 새 빈티지 포도즙을 부어 아래로 흘러가며 자연스럽게 블렌딩되게 만듭니다. 10개 빈티지가 모두 섞인 가장 아래쪽의 포도즙으로 매년 10벤뎀미에를 만들고 빈 만큼 다시 맨 위쪽에 새 빈티지 포도즙을 부어 채우는 방식이죠.” 우리나라의 씨간장과 비슷하다고 보면됩니다. 다만 마데이라처럼 태양열로 산화시키는 솔레라 방식은 아니랍니다.


나티배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Nativae Montepulciano d’Abruzzo)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아브루쪼 지역 전통방식에 따라 야생효모를 사용하고 필터링을 하지 않은 내추럴 와인입니다. 더구나 오크를 사용하지 않고 시멘트 탱크에서 숙성해 몬테풀치아노 품종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붉은 자두, 다크체리 과일향과 감초의 허브향이 곁들여지고 부싯돌 같은 강렬한 미네랄이 느껴지며 복합미도 뛰어납니다. 내추럴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낮은 강도의 내추럴 와인으로 10년 이상 장기 숙성력도 갖췄습니다. 40년 수령의 포도로 만듭니다. 비프스테이크와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잘 어울립니다.


테누타 울리세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Tenuta Ulisse Montepulciano d’Abruzzo)는 포도 본연의 내추럴한 맛을 잘 담았습니다. 잘 익은 체리, 블랙베리가 지배적이며 바디감도 제법 있고 탄닌은 부드럽습니다. 삼겹살구이, 돼지갈비, 숙성치즈, 다크초콜릿과 매칭이 잘 됩니다. 레드 와인이지만 쿨링 터널을 사용해 산미와 아로마를 유지하고 15∼20일 스틸탱크에서 침용한 뒤 역시 스틸탱크에서 4개월 숙성합니다. 고급와인은 오크에서 숙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버리네요.

소노 디 울리세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Sogno di Ulisse Montepulciano d’Abruzzo)는 엔트리급 와인이지만 가성비가 아주 뛰어납니다. 자두, 체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강렬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탄닌, 구조감을 지닌 미디엄 바디 와인입니다. 카라멜라이징한 배를 곁들인 램 커틀릿과 볼로네제 스파게티와 즐겨 보세요.


◆토착 품종 페코리노의 매력에 빠지다
테누타 울리쎄는 페코리노(Pecorino), 코코치올라(cocociola), 파세리나(Passerina), 피노 그리지오(Pinot Grgio) 등 토착 화이트 품종의 매력도 잘 살린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이중 페코리노는 마르케, 아브루쪼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으로 부드러우면서 좋은 구조감을 지녀 고급 화이트 와인 생산에 주로 사용됩니다. 페코리노 품종 이름과 관련된 재미난 얘기가 있답니다. “아브루쪼는 산이 많다보니 양을 방목해서 키우는데 목동들이 양을 바다로 끌고 와 풀을 뜯게 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양을 페코라(Pecora)로 부르는데 양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던 포도를 페코라의 이름을 따 페코리나라로 부르고 있답니다. 돌과 모래로 이뤄진 해발 900m 높이 포도밭에서 자라 솔티한 미네랄이 돋보이고 산도와 구조감도 뛰어납니다. 파파야, 망고 등 과일향도 많이 나죠. 삼계탕, 치킨, 생선회 등 한국 음식과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테누타 울리쎄는 포도의 아로마를 잘 보존하기 위해 ‘쿨링 터널’이라는 과학적인 양조기법을 사용합니다. 50년 수령 포도를 송이째 영하 3∼영하 5도의 쿨링 터널을 3분간 통과시킨 뒤 살짝 얼린 상태의 포도송이중 당도가 높고 상태가 뛰어난 포도만 세심하게 선별해 발효를 시작합니다. 포도껍질과 함께 저온침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포도의 섬세한 맛과 향이 잘 우러나옵니다. 테누타 울리쎄 페코리노는 바다와 가까운 떼루아 영향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짭조름한 맛과 미네랄, 복합미가 넘치는 우아한 화이트 와인입니다. 감귤 등 시트러스, 복숭아, 파파야의 과일향과 산미감 돋보입니다. 회, 바지락찜, 생선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테누타 울리쎄 비앙코(Bianco)는 페코리노, 코코치올라, 파세리나를 모두 섞어 토착품종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한모금 마시는 순간 저절로 ‘엄치 척’입니다. 레몬, 오렌지, 복숭아, 엘더플라워, 파파야, 패션푸르트 등 시트러스 계열에서 열대과일까지 입안 가득 청량한 과일향이 펼쳐지고 생동감 넘치는 산미까지 곁들여져 기분을 업시킵니다. 유자샐러드 광어 세비체와 잘 어울립니다.

테누타 울리쎄 피노 그리지오는 아브루쪼의 떼루아를 잘 담았습니다. 살구, 복숭아, 서양배, 자몽, 레몬그라스와 매력적인 열대과일 캐릭터, 잘 짜인 구조감, 우아한 질감이 매력적입니다. 파테, 테린, 버섯 리조또, 바지락 찜과 마리아주가 좋습니다.


테누타 울리세 로제(Tenuta Ulisse Rose) 메를로를 베이스로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독특한 로제 와인입니다. 살구, 라즈베리, 딸기 등 과일향과 마네랄을 담았고 신선한 산도와 구조감을 모두 지녔습니다. 샐러드 , 부드러운 치즈, 한식, 향신료가 가미된 동남아 음식과 어울립니다.

소노 디 울리쎄 샤르도네 말바지아(Sogno di Ulisse Chardonnay Malvasia)는 샤르도네 80%, 말바지아 20%를 섞었습니다. 둥글둥글한 느낌의 과일향이 좋고 감미로운 품종을 두 가지나 섞었으니 폭발적이고 풍성한 아로마가 펼쳐집니다. 복숭아와 미네랄이 돋보이고 생선구이, 봉골레 파스타, 연어. 회, 닭다리살구이 등과 매칭하면 좋습니다.

테누타 울리쎄는 프리미티보 와인도 선보이는데 최근 국내에서 수입이 시작됐습니다. 프리미티보 리미티드 에디션(Primitivo Limited Edition)은 블랙커런트 등 생동감 넘치는 과일향과 미네랄로 시작해 체리잼, 담배향이 피어나는 풀바디 와인으로 탄닌이 우아하고 부드럽습니다. 15~20일 동안 섭씨 24~25도의 스틸 탱크에서 침용해 맛과 향을 짙게 뽑아내고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합니다. 미트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 매운 치즈, 농어 요리, 살라미와 궁합니 좋습니다.

마쎄리 프리미티보(Masseri Primitivo)는 다크 초콜릿과 부드러운 탄닌, 생생한 미네랄이 돋보입니다. 과숙한 포도를 일부 사용하고 섭씨 24∼26도에서 발효한 뒤 미국오크(70%)와 프렌치오크(30%)에서 숙성합니다. 고기 스튜, 토마토 베이스 파스타, 하드 치즈, 스테이크와 매칭이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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