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방위 핵심인 공군력의 움직임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실시되자 대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와 포병사격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한·미가 지난 19일 B-1B 전략폭격기를 앞세워 연합공중훈련을 한 지 하루 뒤인 20일에는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600㎜ 초대형방사포 2발을 쐈다.
북한은 발사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 남조선 연합공군역량에 대한 인민군대의 철저한 억제 준비 태세와 대응 의지가 남김없이 과시됐다”고 주장했다. 초대형방사포로 맞서겠다고 강조할 만큼 북한이 한·미 공군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노후 기종 대다수…신규 도입도 어려워
공군 전투기는 북한과 한국 간 군사력 격차가 극심한 분야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410여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은 810여대로 2배 정도 많다. 규모로는 북한이 우세하나 질적으로는 한국 공군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KF-16, F-15K를 잇달아 들여오면서 공군력 수준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표적 탐지 및 정보융합 능력을 갖춘 F-35A를 추가로 도입, 전략적 억제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최근 시제4호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KF-21도 2020년대 후반부터 순차적으로 실전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KF-21 전력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냉전 시절부터 운용했던 F-4, F-5 전투기는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전투기의 항공작전을 측면 지원하는 기종들도 확보되고 있다.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KC-330 공중급유수송기,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이 속속 실전배치로 한국 공군의 정찰 및 감시 능력과 작전 지속 시간이 향상됐다.
반면 북한은 1980~1990년대 옛소련이 제작한 미그(MIG)-29 전투기 40여대를 도입한 이후 신형 기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옛소련 공군에 처음으로 실전배치된 미그-29는 적기를 요격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기종이다. 근접전 성능이 우수하지만, 항속거리가 1500㎞로 짧은 편이다. 초기형의 경우 적기를 동시에 추적하는 능력이 2대에 불과했고, 레이더 탐지거리도 짧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미그-29가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등을 상대로 상당한 전과를 거뒀지만, 전쟁 전부터 전자장비 등을 개량했고 개전 이후 미국산 장비가 일부 통합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북한에서 미그-29는 평양 상공 방어를 주로 담당한다. 북한 공군이 보유한 기체 중 최신형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소련 붕괴 시점까지 미그-29를 옛소련에서 도입했다. 소련 붕괴 이후 혼란기에 중앙아시아 국가로부터 미그-29를 밀반입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부품과 장비를 들여왔으며, 국내에서 일부 조립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미그-21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과 인접한 동해상을 날던 미군 RC-135 정찰기에 북한 미그-29가 접근했다. 미그-29는 별다른 조치 없이 근접비행을 했지만, 북한이 미군 정찰기를 근거리에서 감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공군의 활동이 중시되면서 열병식을 비롯한 국내 주요 행사와 훈련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종석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등 개량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체 성능은 F-4 전투기보다 우수하나 F-15, F-16 기종과의 공중전에서는 열세라는 평가다.
지상공격용으로 개발된 옛소련산 수호이(SU)-25는 미그-29와 더불어 현대적인 항공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기종이지만, 공중전에서는 활용에 제약이 많다. 북한은 미그-29와 더불어 열병식에 등장시키고 있다.
미그-29보다 오래된 기종인 미그-23과 미그-21은 한국 공군과의 공중전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베트남전쟁 당시 실전투입됐던 미그-19 등은 레이더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앞세운 KF-16, F-15K와의 교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81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미그-29 40여대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북한 공군의 현실이다. 전투기로 적 전투기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승리의 기회를 얻기가 힘든 셈이다.

◆미사일 카드로 견제…한계도 있어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신형 기종을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한 방법은 미사일이었다.
지난 2021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제76주년 국방발전전람회에서는 서방의 최신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인 영국산 아스람(ASRAAM)과 중국 PL-10과 유사한 외형인 신형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 포착됐다.
가시거리 밖에서 운용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BVRAAM)로 추정되는 무기도 식별됐다.
다만 이같은 무기가 충분히 활용되려면 전투기 탑재 레이더의 성능을 높이고, 체계통합을 해야 한다. 옛소련식 방공작전의 핵심인 지상관제시스템 성능도 향상되어야 한다.
북한이 새롭게 공개한 600㎜ 초대형방사포는 공군력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공대공미사일보다 더 크게 지니고 있다.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공중전 대신 초대형방사포로 공군기지를 직접 타격하면, 한국 공군의 전쟁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다.
공군기지는 이착륙을 포함, 정비·무장탑재·급유 등 전투기의 작전활동에 필수인 인프라를 제공한다. 항공작전에 쓰일 각종 정보를 수집·융합하고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기능도 있다. 유사시 물자와 병력을 보내거나 인수할 수도 있다.
시리아와 예멘 내전에서 공군기지를 둘러싸고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면 수 분 안에 표적에 도달한다.
북한이 최대 4발을 탑재하는 초대형방사포가 단시간 내 연속발사를 감행하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의 초대형방사포가 한국 공군기지에 집중적으로 낙하한다면, 물리적 타격을 입히는데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의도대로 초대형방사포가 공군기지 기능을 상당 기간 정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2017년 4월 미군이 시리아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습했을 때, 시리아 정부군은 공습 하루만에 기지 기능을 정상화, 전투기를 띄워 반군 지역을 폭격했다. 활주로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고, 단발성 공격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경우 정밀타격으로 활주로 등을 파괴하거나,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발사해 작전활동을 방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초대형방사포탄은 격납고와 정비창, 연료 공급 시설, 전투기 등을 파괴해서 항공작전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이같은 공격에 대비, 한국 공군은 유사시 활주로 등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피해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다면, 북한의 의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전술핵 탑재 방사포탄이 공군기지에 떨어진다면, 시설들이 파괴되고 방사능 물질이 확산하면 기지 기능이 상당 기간 마비된다. 북한이 초대형방사포와 전술핵 위협을 언급한 만큼 공군기지 방어를 위한 계획에 핵 대응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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