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19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지난 13일 급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그의 소속사 레이지샤(零時社)는 대표이자 장녀인 마쓰모토 마키코(松本摩紀子) 명의로 부고를 알리며 “마쓰모토 레이지가 ‘별의 바다’(은하·우주)로 떠났다”며 “그의 삶은 만화가로서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며 달려갔던 행복한 삶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쓰모토는 항상 ‘멀리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며 “저희도 그 말을 믿고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38년 일본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서 태어난 마쓰모토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54년 투고한 ‘꿀벌의 모험’이 ‘만화소년’에 연재되며 상업지에 데뷔했다.
마쓰모토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만화로 한국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대표작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주간 ‘소년킹’에 연재된 은하철도 999였다. 만화가 크게 인기를 끌자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기도 했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은하철도 999는 기계 백작에게 엄마를 잃은 철이(데쓰로)가 복수하고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메텔과 함께 메갈로폴리스에서 출발하는 우주열차 999호를 타고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마쓰모토는 초등학교 때 ‘철완 아톰’으로 유명한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접한 뒤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방한 기자회견에서 은하철도 999라는 기차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도쿄로 상경하던 중 탔던 기차 여행의 강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마쓰모토는 “도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기차표를 살 돈조차 없었는데 도쿄의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줬다”며 “기차를 타고 도쿄에 가는데 터널을 빠져나가며 마치 우주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우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은하철도 999를 구상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마쓰모토는 은하철도 999 외에도 ‘우주해적 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 등 다양한 인기 작품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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