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징집 거부는 난민 사유 아냐” 판단
최근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승소
2명 난민 심사 대상에… 곧 공항 나갈 듯
“러시아에 남아 있는 가족 걱정이 제일 크지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인데, 얼른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46번 게이트에서는 안드레이(30·가명) 등 5명의 러시아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2004년 개봉된 미국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으로 역할한 배우 톰 행크스를 연상시킬 법하다. 이들 중 일부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 2장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안드레이 등은 5개월째 46번 게이트 아래층에 있는 송환대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출국장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동원령을 내리자 비행기표를 구해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전쟁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 러시아를 탈출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0∼11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했다. 우리 정부는 ‘징집 거부는 난민 인정 사유가 아니다’라며 난민 심사 회부를 거부했다. 결국 인천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러시아인 5명은 같은 처지를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 러시아인의 난민 심사가 거부되자 공익법센터 어필 등 인권단체는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0월에 입국한 러시아인 3명 가운데 2명은 14일 승소해 난민 인정 심사를 받게 됐다. 나머지 2명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안드레이 등 2명은 빠르면 이번 주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아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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