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행정가라면 눈감고 싶은 주제들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이런 금기사항 중 두 가지를 나서서 건드렸다.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과 노인 문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300∼400원 올리기로 했다.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 동결을 강조하면서 하반기로 시행 시기를 미뤘지만, 인상 기조는 그대로다.

8년 만의 요금 인상만으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오 시장은 뜨거운 감자인 ‘노인 무임승차’까지 손댔다. 무임승차 제도를 바꾸는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화두를 던졌다. 그간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무임승차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러곤 꼬리를 내렸다. ‘무임승차를 없애거나 연령을 올리자’가 아니라 ‘정부가 도와달라’고 했다. 그사이 초고령사회가 임박했다. 무임승차 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시가 손 들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무임승차는 서울교통공사의 1조원대 적자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요금 인상의 근본 요인은 아니다. 서울시가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무임수송 문제만을 앞세우는 것은 아쉽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 무임승차 인원은 2억574만명이다. 이 중 80%가량이 노인이다. 이로 인한 비용은 2784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정부에 이 손실분의 보전을 요구하는 데 무게를 싣는 인상이다. 오 시장은 이달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200원만 올릴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의 비용을 중앙정부에 전가하는 데 불과하다. 세금으로 교통 적자를 메우는 구조는 그대로다. 노인 인구 급증 추세에서 과연 지속 가능할까.
물론 무임수송을 손보면 지하철 운행 수입이 다소 늘어난다. 2021년 서울연구원이 연간 무임손실 비용을 3600억원으로 가정하고 분석하니, 출퇴근 혼잡 시간에만 유료로 바꾸면 6∼16%의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무임연령을 70세로 올리면 25∼34%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교통공사 적자는 여전히 수천억원 규모다.
2021년 교통공사가 거둔 수익은 1조6802억원, 발생한 비용은 2조6446억원이다. 비용 중 1조1318억원은 급여, 1732억원은 복리후생비였다.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평균 연봉 7000만원, 방만한 교통공사 운영부터 바꾸라’고 하지만, 손익구조만으로 외부에서 경영실태를 판단하긴 힘들다.
다른 시민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중교통 혜택을 확대하라’, ‘유류세는 감면하고 서민에게 비용을 내라 하느냐’며 인상에 반발한다.
결국 서울시가 좀 더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교통공사의 적자 요인이 무엇이고 경영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지 알리고, 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미래임을 설득해야 한다. 서울시가 여전히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녹색 교통’을 지향하는지,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은 얼마까지 감수할지 공론화도 필요하다. 그럴 때라야 시민도 기꺼이 부담을 나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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