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 중국 법인의 현지 직원이 제품 관련 기밀 정보를 빼낸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SML은 이날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내용을 공개한 뒤 내부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ASML은 도난당한 데이터에 대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이 자사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중국 관련 수출 통제를 위반하게 돼 규제기관의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직원은 ASML의 노광장비 시스템과 관련된 세부 기술적 정보가 저장된 소프트웨어 저장소의 데이터를 훔쳤고, 이 데이터는 제품 생애 주기 관리 소프트웨어 ‘팀센터’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센터는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협업과 제품 개발관리 등을 위해 기술 관련 정보를 저장해놓고 공유하는 곳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남성 직원이 지난 2∼3개월 동안 저지른 것으로 이 사실이 미국 당국에도 통지됐다고 다른 소식통이 말했다. 절도 혐의를 받는 이 직원이 중국 당국 등과 연관돼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인 전 직원이 훔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ASML의 주장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리셰 스레이네마허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평판이 높은 대기업이 경제스파이 사건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EUV 관련 데이터일 경우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EUV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도 의혹은 최근 1년 새 ASML에서 중국과 연관돼 발생한 2번째 데이터 유출 사건이다. ASML은 지난해 2월 중국의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기업인 둥팡징위안일렉트론이 ASML의 기술을 획득해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기술 절도와 연관됐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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