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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짜리 참기름병이 조선백자?…우리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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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3 18:48:59 수정 : 2023-02-21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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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원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 발간
책 통해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의 조사 내용 흥미롭게 풀어내 ‘관심’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 책자. 국립문화재연구원 제공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발견한 흰색 병에 직접 짠 참기름을 담아 상인에게 1원을 받고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 병이 조선백자여서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됐다는 사연 등 우리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책자는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보통 국보·보물 정기 조사에서는 각 문화유산의 상태, 보관 상황 등을 점검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용품을 전달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내용에 더해 각 유물에 숨겨진 일화나 조사 소회 등을 책에 담았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이야기를 보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경기도 팔당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봄나물과 참기름을 팔아 생계를 잇던 노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야산에서 나물을 캐다가 흰색 병을 발견했다. 

 

목이 길어 참기름을 담기에 안성맞춤인 병이었다. 할머니는 필요할 때마다 그곳에서 병들을 주워 참기름병으로 사용했다. 할머니가 병을 발견한 곳이 바로 조선시대에 왕실용 자기를 생산했던 사옹원 분원 가마터였다. 

 

할머니는 야산에서 주워 온 흰색 병에 직접 짠 참기름을 담아 중간상인에게 1원씩 받고 넘겼다. 중간상인은 광주리 장수인 개성댁에게 참기름을 팔았고, 개성댁은 참기름을 경성의 황금정에 사는 일본인 단골 부부에게 가져갔다.

 

이 참기름병에 마음이 간 일본인 부인은 개성댁에게 병값으로 1원 더 쳐줘 5원에 참기름을 구입했다. 이때가 1920년 초였다. 

 

그 일본인 부인의 남편인 골동품상 무라노는 참기름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고 이것을 다른 골동품상에게 60원에 팔았다. 얼마 후 백자는 스미이 다쓰오(1881~1962)라는 조선백자 수집가에게 600원에 팔렸다. 

 

스미이는 1932년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자기 수장품 180점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 출품했다. 경매에서 그 조선백자는 모리 고이치라는 수집가에게 3000원에 낙찰됐다.

 

조선백자로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이 참기름병을 손에 넣은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오늘날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다.

 

훗날 정해진 명칭은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1997년 지정된 우리나라 국보다.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문화재청 제공

 

이 외에도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조상의 초상화를 챙기느라 고군분투한 후손의 노력, 딸이나 아들 혹은 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은 재산 상속 이야기 등을 책자에서 엿볼 수 있다.

 

각 유물의 세부 모습과 조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더해 현장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책자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관리에 도움을 준 개인 소장가, 문중, 사찰, 전국 국·공·사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며, 연구원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된다.

 

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술·기록 문화유산이 안전하게 전승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조사와 심층 연구를 병행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혜 온라인 뉴스 기자 peh06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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