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사례 벤치마킹
인공데크로 덮고 최고 16층빌딩 건축
동부간선·자곡로 연결 지역 단절 해소
수서역 개발 연계 동남권중심지 육성
도심 단절과 지역 발전 저해 요인으로 꼽혀온 서울 강남구 수서 철도차량기지가 도시와 철도가 공존하는 ‘입체 도시’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시는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RIVE GAUCH)처럼 수서 차량기지 상부를 인공 데크로 덮고 그 위에 주거·상업·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을 조성해 첨단산업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직접 개발이 가능한 철도차량기지 8개소 중 수서 차량기지를 우선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입체복합 개발을 위한 사업화 계획을 수립,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수서 차량기지는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소유 철도차량기지다. 폭 300m, 길이 약 1㎞, 면적 20만4280㎡(약 6만1903평)로 검사고, 관리동, 정비동 등 시설을 갖췄다. 현재 도시관리계획상 개발제한구역이며, 서울공항과 인접해 비행안전구역에도 속한다.
시는 수서 차량기지를 리브고슈의 사례처럼 차량기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상부를 기존 도시와 연계한 입체 도시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선로변 이격, 선로 이전, 검수고 이동 등의 방식으로 차량 운행을 지속하면서 약 8만7000㎡의 가용부지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인공 데크는 교량을 짓는 공법으로 만든다. 시가 구상 중인 상부 개발 규모는 9∼16층, 연면적 약 66만5000㎡다. 이는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개발 시 차량기지 상부에는 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주거·공공·상업·철도시설 등을 적절하게 배분할 방침이다. 세부 도입 시설은 추후 확정한다. 인공 데크 설치로 발생할 수 있는 채광, 환기, 안전 등 차량기지 근무환경 저해 문제는 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서울교통공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생각이라고 시는 덧붙였다.

시는 수서 차량기지 복합개발로 동부간선도로와 자곡로를 직접 연결해 지역 간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인공 데크 상부를 보행 친화 공간으로 조성해 차량기지와 탄천으로 단절됐던 수서-문정 지역을 보행교로 이을 예정이다. 이렇게 도심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수서역 역세권 복합개발, 공동주택개발 등과 연계해 이 일대를 서울 동남권 중심지이자 디지털 기반의 첨단산업 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수서 차량기지 복합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간 ‘골칫거리’였던 서울 내 다른 차량기지들의 활용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서울의 차량기지들은 부지 활용도가 낮아 지역 주민의 이전 요구가 빗발쳤다. 시는 지금까지 주로 차량기지의 ‘외곽 이전 후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 간 갈등 문제 등으로 이전 부지 마련 자체가 어려운데다 막대한 이전 비용과 기간 소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에 시가 벤치마킹한 프랑스의 리브고슈는 1990년대부터 철도 상부에 인공지반을 조성해 상업·주거·교육·녹지 등을 복합개발했다. 주택, 도서관, 학교, 연구소, 사무실, 공원 등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도로 단절된 도시 기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지난해 10월 리브고슈에서 “이 같은 방식을 서울 철도차량기지에 적용한다면 토지 이용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지난해 수서 차량기지 입체복합 개발을 위한 기본구상을 수립했다. 올해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잠재력이 풍부한 수서 차량기지의 입체복합개발을 통해 수서역 일대를 명실상부한 중심지로 완성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포화 상태인 경기 판교 등지에서 서울로 유턴하는 IT기업 등 첨단 업무기업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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