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자동 개·집표기 등 철거
승강장 입구 바닥에 ‘고객신뢰선’
적발 땐 최대 30배 부가운임에도
부정탑승 매년 20만건 안팎 달해
코레일 “납부 거부 시 사법처리”
‘운임경계선 고객신뢰선 PAID AREA.’
지난 7일 오후 2시쯤 경부·강릉선 열차 이용객으로 붐비던 서울역 맞이방에서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길목 바닥에 이같이 적힌 노란선이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길이 10m로 보이는 이 경계선은 오래된 듯 곳곳이 해져 있었다.

고객신뢰선은 서울역 등 주요 기차역의 개찰구 자동 개·집표기와 검표원이 사라진 2009년 도입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고객 양심을 믿자’는 의미가 담겼다는 운임경계선 너머 구역은 승차권이나 입장권을 소지한 이만 출입해야 한다. 검표인력 비용 등을 줄이면서 신뢰가 사회적 자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렸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 선은 코레일에 비용절감 효과를 안겼지만, 무임승차까지는 막지 못했다. 지난해에만 KTX와 새마을 등에서 적발된 무임승차는 20만건이 넘는다. 적발돼도 부정 승차가 아니라며 발뺌하는 사례도 적잖다는데, 보통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로 인계돼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표 없이 타고도 검표 승무원에게 욕설… 철도경찰 인계
실제로 지난해 1월30일 서울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에서 표 없는 탑승자가 차내 검표에서 발각됐다. 경기 수원역에서 탄 문제의 A씨는 승무원에게 고성 섞인 욕설까지 날렸고, 충남 천안역에서 철도경찰에 인계될 처지가 되자 그제야 부가요금을 냈다고 한다.
작년 4월25일 오전 5시10분 부산역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에서 ‘무표’가 발각된 B씨는 이른 시간 출발이라 검표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표를 끊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대구역과 경북 김천구미역 사이 구간에서 적발된 그는 부가금 징수를 시도한 승무원을 급기야 폭행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철도경찰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5일 오후 9시35분 서울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표를 사지 않고 탄 C씨는 부가운임을 징수하려는 승무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종착역인 부산역에서 철도경찰로 넘겨졌다.
무임승차한 일부는 재판으로 넘겨졌다. 2020년에는 KTX 부정 승차가 적발된 승객이 승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된 바 있다.
불법 애플리케이션으로 표를 위조한 사건도 있다. 지난해 10월3일 오후 6시59분쯤 대전역을 떠나 서울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 여객전무(출입문 개폐 외 승차권의 확인, 열차 내 질서유지 등의 업무 수행)는 표가 확인됐는데도 자기 자리에 가지 않고 객차 간 통로에 있겠다던 D씨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D씨가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자리에 가니 다른 승객이 있었고, 이 승객의 좌석 구매는 승차권 예약 애플리케이션인 ‘코레일톡’에서 확인됐다. 결국 D씨는 불법 앱으로 가짜 표를 꾸며냈다고 실토했고, 탑승구간 요금(4800원)에 부가운임 등을 더한 14만4800원을 내야 했다.

◆지난해에만 20만건 넘은 부정 승차… 코레일 2월 한 달간 집중 단속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이 같은 부정 승차 사례는 해마다 20만건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2018년 24만3000건에서 이듬해 23만3000건, 2020년 14만1000건으로 크게 줄었다 2021년 17만3000건, 지난해 20만3000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2020년 들어 부정 승차가 크게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탑승객이 줄어든 영향이 커 보인다.
철도사업법과 코레일의 여객운송약관은 ‘정당한 운임을 지급하지 않고 열차를 이용한 승객은 승차구간 운임 외에도 최대 30배 범위에서 부가운임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객운송약관은 무임객의 승차역을 확인할 수 없으면 탑승 열차의 출발역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토록 했다. 아울러 약관은 △승차권이 없거나 유효하지 않은 승차권으로 승차 시 기준운임의 0.5배 △철도 종사자의 승차권 확인 거부 시 2배 △단체 승차권 부정 사용 시 10배 △승차권 위·변조 사용 시 30배의 부가운임 물리는 기준을 뒀다.
코레일은 올바른 열차 탑승문화 확립과 정당한 요금을 낸 승객의 권리 보장을 위해 부정 승차 특별단속을 2월 한 달간 벌인다. 검표인력을 확대해 불시 단속을 벌이고, 부정 승차자가 많은 일부 구간에서는 기동 검표반도 운영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정 승차 승객으로 인한 철도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부가운임 납부를 거부하면 사법 처리나 민사소송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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