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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중심지라며 세제혜택은 ‘0’… 역차별에 우는 여의도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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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2 13:00:00 수정 : 2023-02-13 14: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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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발목 잡혀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혜택 못받아

부산 문현지구 세제 혜택과 대조적
尹대통령 대선 공약… 아직 ‘무소식’

해외 금융기업·투자 유치 쉽지 않아
홍콩·싱가포르 등 경쟁 도시에 밀려

법 개정안 잇단 발의… 전망 불투명
‘지역균형’ 명분, ‘암초’ 작용할 수도

2019년부터 ‘서울핀테크랩’ 운영 중
여의도공원 국제금융지원 거점으로

“여의도 금융타운을 ‘금융허브특구’로 지정해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월 당시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시 공약을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어연 8개월이 지났으나 이 공약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로 꼽혀온 홍콩이 정치적 상황으로 흔들리면서 금융허브 지위를 노릴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여의도는 해묵은 규제에 발목 잡혀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약 13년 만에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발목 잡힌 특례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는 200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와 함께 국내 유이의 국제금융중심지인 부산 문현지구는 0∼3년 간 법인세·소득세가 전액 면제되고, 그 이후에도 4∼5년 간 50% 감면된다. 해외 금융기업이나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굳이 서울에 진출·투자할 요인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 기업·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제안을 해보려고 해도 인센티브가 전혀 없으니까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금융업계에서도 서울 소재 금융사들이 법에 규정된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서울의 성적표는 지금까진 나쁘지 않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 결과에서 서울은 세계 128개 금융도시 중 11위에 올랐다. 직전 조사인 같은 해 3월 12위였던 것과 비교할 때 한 단계 높아진 순위다. 서울은 특히 ‘미래부상 가능성’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아시아 경쟁 도시들보다 여전히 뒤처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쟁 도시들은 세제 혜택에 보조금까지

 

아시아 경쟁 도시들의 경우 금융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금융허브 서울의 현안과 이슈’를 살펴보면 각기 중점은 다르지만, 아시아의 금융도시들은 세제 감면 또는 면제, 보조금 지급 등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홍콩은 재무 활동 수익에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펀드 운용 수익에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 해외 기업에 이자비용도 공제해 주고, 투자 상품의 성과 보수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역시 면제해 준다.

 

싱가포르도 실물이나 파생상품 등 거래 소득에 법인세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기업의 자본이득과 펀드 운용 수익 등에도 면세 혜택이나 우대세율 적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싱가포르 소재 은행과 거래시엔 원천징수를 면해주기도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처럼 금융활동에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 상하이나 베이징, 일본 도쿄는 상대적으로 해외 금융기관 유치에 중점을 둔다. 상하이는 자유무역시험구인 린강신구에 진입하는 금융기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실물이나 파생상품 등 거래 소득에 법인세 우대세율을 적용한다. 베이징은 해외 금융기관 사무소나 지점 설립 부동산 구매·임대비용을 보조하고 사업 추진 등을 위한 네트워크, 각종 세제 혜택도 준다. 도쿄도 금융기관 설립비용을 보조한다. 녹색금융 분야 기업엔 보조금도 지급한다.

 

◆최근에야 법 개정안 발의… 전망 불투명

 

국회에선 최근 들어서야 수도권 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인 유경준 의원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2월, 여의도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같은 달 각각 해당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유 의원 안은 조세특례제한법 121조 21항에 명시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의 금융중심지는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올해 12월31일까지인 법인세·소득세 감면 적용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 정책위의장 안은 같은 조항의 해당 문구만 삭제했다. 김 의원 안은 여의도와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명문화하고, 세제 혜택 적용기한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들은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로 넘겨져 심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입법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맞물려 “정부의 지방 분권 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여의도 금융허브화도 윤 대통령 공약 아닌가”라며 “여의도 규제를 없앤다고 문현지구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근거도 전혀 없고, 지역주의나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역균형’이 희생 강요… 장점 살려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또 다른 문턱이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입법이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회의 예산안 심사 때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에 반대해 반영을 무산시킨 바 있다. 시는 이번에도 기재부가 법 개정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시청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잘 협업해서 여의도에 (해외) 금융기업이 많이 들어오고, 탈(脫)홍콩하는 기업들이 싱가포르가 아니라 서울로 왔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인데, 기재부가 동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은 “금융은 집적돼야 발전할 수 있는 전망이 높아진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선 국내 금융중심지 두 곳 중 세계 순위에서 앞서는 서울(여의도)을 확실히 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우리 금융산업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취지 아래 일정 부분 희생을 강요받다 보니 전략적으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핀테크’ 육성 총력전… 여의도 재개발도

 

서울시는 입법이 필요한 세제 혜택과 별개로 각종 정책 사업을 통해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만드는 데 행정력을 쏟고 있다. 시는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핀테크’(금융·디지털기술 결합)를 비롯한 금융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의도 일대 개발계획도 ‘국제금융중심지 만들기’에 집중됐다.

 

시는 2018년 4월 마포구에 ‘서울핀테크랩’을 설립한 뒤 2019년 10월부터 여의도에 통합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공간이다. 최대 3년간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기업별 성장 단계에 따라 사업화, 투자, 마케팅, 기술개발, 법률·특허, 홍보 등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대기업·금융사와 연계해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도 돕는다.

 

서울핀테크랩엔 지난달 말 기준 90개사가 입주해 있다. 개관 이후 누적 198개사가 입주해 졸업했으며 매출액 2238억원, 투자유치 2199억원, 신규고용 1885명을 창출했다. 에잇퍼센트(P2P), 람다256(블록체인), 피에스엑스(비상장거래), 모인(해외송금), 올링크(NFC 결제), 웨이브릿지(퀀트투자) 등 분야별 핀테크 선도기업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시는 2020년 금융위원회와 손잡고 여의도 디지털금융 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카이스트가 학위(MBA)·비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비가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현장의 호평이 쏟아진다고 한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속통합계획을 통해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시는 이곳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비주거시설과 오피스텔, 외국인 전용 주거 등 금융중심지를 지원하는 다양한 주거유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기여 시설로 서울국제금융오피스, 서울핀테크랩 등을 설치해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한다.

 

시는 여의도공원 재구조화도 추진 중이다. 2020~2021년 여의도공원 활성화 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여의도공원에 금융중심지에 걸맞은 도시공원과 국제금융 지원 거점 공간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구체적인 재구조화 계획을 세우고 타당성 조사 등 개발 절차를 진행해나간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시가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다”며 “현재 규제 여건에선 시의 지원 성과가 실제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주영·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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