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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이 가장 위험”… 치열해지는 美·中 패권 갈등

입력 : 2023-02-04 01:00:00 수정 : 2023-02-03 18:26:59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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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美·中 무력충돌 가능성에 주목
‘정점 이른 강대국 함정론’ 새롭게 설파
中 2030년대 심각한 인구위기 직면 예상
80세 넘기는 시진핑 권력 승계도 불확실
대만 침공해 탈출구 활용 가능성 분석도
저자들 美 핵심 강점 지속적 투자 등 조언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김종수 옮김/부키/2만원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최윤식/김영사/2만2000원

최근 미·중 패권 전쟁을 소재로 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가운데, 향후 10년 안에(특히 앞으로 4∼5년) 미·중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기원전 5세기 신흥 패권국이던 아테네에 대해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가 일으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한 글에서 이같이 갈파했다. 투키디데스의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 부상하는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을 추월하거나 위협하는 패권 이행기에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주목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2017)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을 설파하며 미·중 패권 전쟁의 양상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마이클 필스베리의 ‘100년의 마라톤’(2015)이나 러시 도시의 ‘롱 게임’(2021)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저술은 대체로 중국의 성장이 지속될 것을 전제하면서 미·중 대립과 갈등이 2050년 또는 심지어 한 세기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김종수 옮김/부키/2만원

하지만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책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부키)에서 이 같은 통념을 거부하면서 향후 10년 안에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경고한다. 책의 원제는 ‘데인저 존(Danger Zone)’으로, 미·중 경쟁이 절체절명의 위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것. 이들은 상승하는 국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니라, 상대적인 하락세로 인해 촉발된 불안감이 강대국을 탈선시키고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 대신 ‘정점에 이른 강대국의 함정’론을 새롭게 설파한다.

저자들은 2030년대 중국이 심각한 인구위기를 맞을 것이고, 인구위기에 따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온 경제마저 동력이 꺾이면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관측한다. 성장동력은 이미 떨어져 정점을 지나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대에는 중국이 해외에 제공한 차관 대부분이 돌아오는데, 그중 상당액이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흡연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3년이 되면 80세를 넘기게 되는데 권력 승계 위기가 점점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들은 이에 따라 중국이 이미 상승하는 시대가 아닌 정점에 도달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정점에 이른 강대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신흥 강국의 생애주기에서 가장 위험한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기존 질서를 공격적으로 방해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자신감을 잃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당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역사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가 추월과 역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흥 패권국 아테네를 공격한 펠로폰네소스 전쟁도 있지만, 후발 신흥 강대국이 성장이 둔화하거나 기존 패권국들의 견제로 고립될 때 현상 타파를 위해 전쟁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기존 패권국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의 연합에 맞서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석유 금수조치 등 연합국 봉쇄에 1941년 미국을 침공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이들은 미·중 패권 경쟁은 2030년 이전인 2020년대, 좀 더 구체적으론 앞으로 4∼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시진핑의 중국이 암울한 미래를 타개할 탈출구로 대만 침공을 포함한 군사도발을 감행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고 주목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도발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시각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가스전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들은 미·중 경쟁의 위험 구간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선 긴급하고도 치밀한 대중국 봉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단기적으로 중국의 군사도발을 예방하기 위해 가차 없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완벽한 최선책을 찾느라 웬만큼 괜찮은 차선책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갖고 있거나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활용해야 하며, 잘 방어하기 위해서 무모하지 않으면서도 강압 전략과 지구전을 벌여야 하고, 경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미국이 이기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만 구하기 전략’으론 대만해협의 국제수역이 침공군에게 죽음의 덫이 되도록 바꿔 놓아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최대한 억제하고, 미국이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므로 동아시아의 주요 미군 기지와 통신 설비, 보급망을 신속히 확대 강화해야 하며,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장기적으론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어떤 형태의 승리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속도를 조절해 지구전을 고민하며, 경쟁 구도를 체제 경쟁으로 만들고, 미국의 핵심 강점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10가지 전략도 조언했다.

최윤식/김영사/2만2000원

다만 저자들이 책에서 한반도 문제와 한국의 역할을 거의 다루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미·중 패권 전쟁의 양상과 그 귀결은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운명과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좌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최윤식 아시아 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간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김영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촉발된 러시아의 부상 때문에 미국이 오히려 중국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면 ‘차이메리카(미국·중국 의존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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