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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대통령, 北 억류자 이름 불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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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1 23:01:17 수정 : 2023-02-01 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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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10년간 방치… 정부, 생사 확인·송환 촉구 나서야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America has not forgotten you).”

2018년 5월9일,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선교사는 북한에서 풀려나던 그날 밤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1년여의 억류 생활을 마치고 자유의 품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수용소에서 갑자기 풀려나 밴을 타고 옮겨진 평양 순안공항에는 미국 국장이 새겨진 항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김 선교사를 맞이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그렇게 첫마디를 건넸다. 최근 출간된 폼페이오 장관의 회고록에 김 선교사가 쓴 추천사의 일부다. 미국이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조병욱 정치부 기자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같은 해 8월13일 미 육군 제10산악사단의 주둔지를 찾았다. 미군 장병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 55구를 돌려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한 명의 미국인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We believe in no American left behind)는 말을 믿는다”라고 연설했다. 미국은 죽은 병사까지 잊지 않고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정이 달랐다. 같은 해 5월 문재인정부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수년째 진전이 없었던 북한 억류자 6명의 송환도 논의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9월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불편해하는 억류자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북한을 ‘심기경호’하며 협상을 벌였지만 돌아온 것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라는 대꾸뿐이었다.

북한에 대해 원칙적 대응을 내세운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억류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윤 대통령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째 임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도 출범 넉 달 동안 억류자 문제를 풀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세계일보의 지적이 나오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역대 통일장관 중 처음으로 억류자 가족을 만났다. 10년 만이었다. 늦었지만 평가할 만한 행보였다.

국제사회는 북한 억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 정상은 한목소리로 억류자 송환을 촉구했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현재 방한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억류자 가족인 김정삼씨를 2일 서울에서 만나 유엔 차원의 해법을 논의한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전 세계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Without Just Cause)’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표 사례로 소개한 16명 중에는 북한에 억류 중인 김국기 목사도 포함됐다.

이제 다음 일은 윤 대통령이 직접 억류자 문제를 챙기는 것이다. 대통령이 억류자 가족을 만나 지난 10년간 국가가 의무를 방기했던 일을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북한을 향해서는 이들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나아가 송환을 촉구해야 한다. 아직도 북한에는 풀려나지 못한 한국인 억류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조국은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고 말할 차례다. 김정욱·김국기·최춘길, 탈북민 출신 함진우·고현철·김원호 등 6명의 억류자가 하루빨리 ‘자유의 땅’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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