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 기관 150여종 글꼴 공개
유통 및 금융권 등 전용 서체 개발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설 연하장 서체가 화제가 됐다. 기존 서체가 아닌 2021년 ‘찾아가는 문해교육 서당’에서 한글을 배운 세종시에 사는 홍죽표(79) 할머니의 글씨체인 ‘세종글꽃체’를 사용하면서다. 이는 세종시가 홍 할머니 글씨체를 바탕으로 개발한 서체다. 이런 서체는 독창적이면서 이쁜 글씨로 각종 홍보에도 활용된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유통가와 금융권까지 ‘전용 서체’ 제작에 나서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함이 공존하는 택견을 주제로 한 ‘충주택견체’를 전용 서체로 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한글 2780자와 영문 94자, 약물 기호 986자로 구성해 6개월 개발과정을 거쳐 오는 7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시는 서체 개발 후 저작권 등록을 하고 공문서, 소식지 등 인쇄물과 각종 행사 현수막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시 홈페이지에 게재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충주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민족 전통 무예 택견을 서체에 담아 충주시 대표 이미지로 택견이 떠오를 수 있게 하겠다”며 “택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는 ‘광양감동체’와 ‘광양햇살체’를 개발해 이달부터 무료 배포한다.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란 뜻을 담았다. 광양시 대표 캐릭터 ‘매돌이’를 특수문자로 구현해 색칠 놀이와 상품 도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강원 태백시는 지난해 11월 ‘태백은하수체’를 제작해 무료 배포에 나섰다. 도시브랜드 콘텐츠로 추진 중인 은하수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은하수를 중심으로 별과 별자리, 유성의 이미지를 반영한 서정적인 느낌의 한글 2350자, 영문 95자, 약물 기호 985자로 구성됐다.

인천교육청도 지난 5일 교육 서체 4종을 무료 배포했다. 폰트 손 글씨 공모전 참여작 60점 중 개성 있는 서체 4점을 선발해 디지털 폰트로 제작했다. 4종은 인천교육시민체(명조체)와 인천교육소통체(디자인체), 인천교육침찬체(고딕체), 인천교육자람체(손글씨체)이다.
한국문화정보원은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아 인기 공공안심글꼴 선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대구 달서구 달서달링체 △강원 횡성군 횡성한우체 △경기 포천시 포천막걸리체 △전남 완도군 완도희망체 △부산광역시 부산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문정원은 공공누리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43개 기관에서 글꼴을 제공 중이다. 이곳에 있는 글꼴은 저작권 걱정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글꼴이 선보이면서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전용 서체 제작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공공안심글꼴도 공공저작물에 해당하고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용 서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유통기업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더잠실체’를 공개한다. 롯데마트는 2011년 행복·드림·통큰체 3가지 서체를 출시한 바 있다. 고객과 소통하는 매개체라는 판단 아래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리아는 ‘촵~땡겨체’와 ‘딱~붙어체’ 2종을 선보였다. 모바일 등에서 사용할 수 있고 전용 서체를 활용한 디지털 스티커도 제작한다.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글림체’를 제작했다. 글림체는 그림과 글자가 합쳐진 그림글자 형태로 자음과 모음 파일을 내려받아 조합해 글자를 만들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2년 ‘배민 한나체’를 제작하기도 했다.
금융권도 전용 서체 개발로 고객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2009년부터 ‘하나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월 고딕체를 기본으로 한 글꼴 변화와 간단한 디자인으로 누구나 읽기 쉬운 ‘우리다움체’를 개발했다. KB금융은 2017년 7월 ‘KB금융체’를 내놨다. 신한금융은 2018년 1월 브랜드 특성과 비전을 담은 ‘원신한체’를 개발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