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중심 확산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까지 포함
폐쇄적 형태 구축해 상습적 유통
아내와 태교 여행서 대마흡연도
해외 체류 3명은 지명수배 내려
검찰이 해외에서 대마를 들여와 유통망을 구축하고 상습적으로 흡연해 온 부유층 자제를 대거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재벌가 3세와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 사회 유력층 자녀가 다수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 등으로 20명을 입건해 그중 1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10명은 구속, 7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해외에 체류 중인 3명에 대해선 지명수배를 내린 상태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마를 사고팔거나 소지·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대마 유통이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자 홍모(40)씨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 것으로 파악했다. 홍씨는 미국 국적 사업가로부터 대마를 구해 지인 6명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자 중에는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효성그룹 창업자 손자 조모(39)씨, JB금융지주 일가 임모(38)씨 등이 포함됐다.
홍씨에게 대마를 사들인 김씨는 다른 3명에게 이를 팔거나 무상으로 넘겨줬다. 조씨도 홍씨로부터 얻은 대마를 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홍모(39)씨에게 무상으로 건넸다. 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홍씨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대마를 구했는데, 한일합섬 창업자 손자 김모(43·해외 도피)씨, 대창기업 회장 아들 이모(36)씨가 그에게 대마를 판매했다.

검찰은 이렇게 대마가 오가는 과정에 재벌·중견기업 2∼3세뿐만 아니라 연예기획사 대표, 미국 국적 가수 등이 연루된 정황도 포착했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모(40)씨는 대마 매수·흡연뿐 아니라 제주에 있는 자택에서 대마를 직접 재배한 혐의까지 받았다. 안씨에게서 대마를 산 소속 연예기획사 대표 최모(43)씨 역시 함께 구속기소 됐다. 일반 회사원이나 뚜렷한 직업이 없는 이들도 포함됐다.
이번 사건 수사는 알선책인 김모(39)씨가 주거지에서 대마를 재배하다 적발된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찰이 김씨를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김씨를 수사하면서 그의 집에서 발견된 대마 재배 시설 등 증거물은 압수하지 않은 채 사건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직접수사에 착수했고, 그의 메시지·송금내역·우편물 등을 추적한 끝에 그의 알선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연루자들을 밝혀냈다. 이들에게서 대마를 산 4명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검찰은 해외 유학 중 대마를 접한 부유층 자녀들이 귀국 후에도 이를 끊지 못하다가 폐쇄적인 형태의 ‘마약 유통망’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거래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던지기’ 같은 비대면 거래가 아닌 직접거래 방식을 고수하기도 했다.
검거된 사람 중에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태교 여행’을 가서 대마를 흡연하거나 어린 자녀와 함께 사는 집 안에서 대마를 재배하던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이런 사례들을 제시하며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죄의식이 희박해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입문용 마약’으로 알려진 대마도 중독성과 의존성이 심각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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