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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 섰는데”… 제주 ‘공항 난민’ 폭설 때마다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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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5 18:00:00 수정 : 2023-01-25 18: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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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기약없이 더 기다리랍니다.”

 

기상악화로 멈춰 섰던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25일 한 저비용항공사(LCC) 카운터에서 고성이 오갔다.

 

25일 오전 폭설과 강풍으로 발이 묶인 관광객과 도민들이 한꺼번에 공항에 몰리면서 3층 출발장이 혼잡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운항이 재개됐지만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한 관광객과 항공사 직원간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새벽 4시 공항에 도착해 줄을 섰다는 이모씨는 “지난 21일 제주에 와서 24일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어제부터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항공사 직원들이 뒤늦게 발권 데스크를 열어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뒤늦게 온 사람들이 새치기하고 들어와 먼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해당 항공사의 줄은 100m를 훌쩍 넘었다.

 

항공사 직원과 대기 승객간 실랑이는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때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김모(63·서울)씨는 “어제(24일)도 새벽 4시부터 나와 오후 4시까지 12시간 동안 대체편을 구하기 위해 대기했지만 허탕이었다”라며 “대기번호는 받았지만 호명하는 순간에 자리에 없으면 또 바로 취소 처리된다고 해 자리를 뜰 수도 없다”고 말했다.

 

오모(33)씨는 “항공사로부터 여정을 변경하라는 안내를 받고 전화 예약을 하려해도 불통인데다, 모바일 예매도 실패해 공항에 허둥지둥 달려왔지만, 마냥 대기만 하고 있다”라며 “27일에야 항공 좌석이 겨우 나올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공항 안내데스크에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한 관광객 등의 대체항공편 문의가 쇄도했다.

 

안내데스크 직원 김모씨는 “새벽 5시 30분에 출근했는데 그 시간에도 항공사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며 “안내를 해드리고 싶어도 업무 범위를 넘어선 내용이라 응대를 하지 못해 속상할 따름”이라고토로했다.

 

전날부터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체류객은 128명에 달했다.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자 온라인 중고거래에 항공권을 거래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항공권은 양도할 수 없으며, 양도된 항공권을 들고 공항에 가더라도 실제로 발권을 받거나 탑승할 수 없어 거래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스마트폰 앱으로 운영되는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비행기 표를 구한다거나, 편도 티켓을 20만원 넘게 판매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제주공항 여객터미널에서 결항편 승객들이 공항 손수레를 연결해 눕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연합뉴스

◆2016년·2018년 ‘공항 난민’ 사태 곤혹치러도 바뀌지 않아

 

제주공항은 지난 2016년과 2018년 강풍과 폭설로 고립되면서 ‘공항 난민’ 사태가 반복된 뒤에도 체류객 발권 시스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항공편이 결항하면 이후 남는 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승객보다 빨리 남는 좌석을 받으려고 공항으로 너도나도 나와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제주공항 결항 사태로 이처럼 대부분 항공사의 발권 데스크가 대기 항공권이라도 구하려는 결항편 승객들로 붐볐지만, 유독 대한항공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대한항공은 특별기 등 임시편이 증편되면 이후 결항한 시간 순서대로 탑승 우선권을 주고, 수속이 가능한 시간대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대한항공 발권 데스크 직원은 “결항편 승객들은 안내되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체 편이 배정되는 대략적인 시간대와 예약 가능 상황을 알 수 있다”며 “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하지 않아 결항편 승객이 공항에 일찍 나올 필요가 없고 간혹 공항으로 오더라도 이 같은 설명을 듣고 바로 숙소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전날 일찌감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편 결항한 24일 예약 승객들에게 결항 사실을 알리면서 25∼26일 탑승 가능한 대체 편을 24일(오늘) 오후부터 문자로 안내했다.

 

결항편 승객들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수속 가능 시간대에 나오면 된다.

 

25일 오전 폭설과 강풍으로 발이 묶인 관광객과 도민들이 한꺼번에 공항에 몰리면서 3층 출발장이 혼잡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발 묶인 승객 70∼80% 수송 가능할 듯…공항 인근 호텔 ‘특수’

 

제주공항에서 귀경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전날 강풍과 폭설로 발이 묶인 승객 70∼80%가량만 25일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제주도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25일 국내선 출발 기준 42편이 추가 투입돼 하루 동안 설 연휴 마지막날 결항으로 발이 묶인 승객을 수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지방항공청 등은 애초 출발편 25편을 증편할 예정이었지만, 결항편 승객 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17편을 늘려 총 42편을 증편하기로 했다. 도착도 28편 증편했다.

 

이에 따라 오후 4시 기준 출·도착 임시편을 포함해 제주공항에서 제주공항 국내선 525편(출발 268, 도착 257)과 국제선 11편(출발 5, 도착 6)이 운항할 예정이다. 기상과 연결편 접속 등의 사유로 125편이 지연 출발했지만, 결항은 없었다.

 

증편으로 인해 이날 하루 늘어난 국내선 출발편 공급석은 5만4000여석이다.

 

전날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제주공항 국내선 466편(출발 233, 도착 233)과 국제선 10편(출발 5, 도착 5) 등 총 476편이 결항했다.

 

제주공항 측은 항공기 결항으로 인해 출발 항공편 기준 승객 3만5000∼4만여명이 제주에 발이 묶인 것으로 추산했다.

 

공항 측은 결항편 승객을 수송하기 위해 이날 김포공항 야간 이·착륙 허가 시간을 26일 오전 1시까지 두시간 연장 운영한다.

 

제주공항과 관광 관계자는 “폭설 사태 등으로 인해 일찌감치 25일 제주발 항공편을 취소한 승객, 항공편을 포기하고 배편으로 떠나는 승객, 일정을 변경한 승객 등 여러 가지 변수 등을 고려해 기상악화로 발이 묶인 승객 대략 70∼80%를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강풍과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되면서 공항 인근 제주 시내 호텔과 모텔 등의 숙소 예약이 급증했다.

 

신라스테이 제주는 이날 기준 투숙률 90%를 기록했다. 설 연휴 기간 높았던 투숙률이 연휴 이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신라스테이 측은 26일 기준 투숙률은 80%를 넘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제주드림타워복합리조트도 숙박 연장 예약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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