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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원평가 성희롱’ 학생 퇴학 처분… “온정적 처리 관례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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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5 10:58:32 수정 : 2023-01-25 15: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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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세종시 A 고등학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서술형 항목에 다수의 교사를 대상으로 성적 모욕 발언을 한 학생이 최근 퇴학 처분을 통보받았다.

 

2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는 지난 17일 이 사건 관련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고, 이틀 뒤 가해 학생에 대해 퇴학 처분을 통지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권보호위원회 끝에 가장 강력한 처분이 나왔다. 그동안 학생의 교사 대상 성희롱에 다소 온정적으로 처리해 온 관례를 깬 상징적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교사 향한 학생의 성희롱에 첫 ‘중징계’…높아진 경각심 반영

 

세종경찰청은 익명으로 진행된 교원평가에서 여성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답변(“XX이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크더라”, “니 XX 너무 작아” 등)을 쓴 학생 B군을 피해 교사들의 신고에 따라 이달 초 피의자로 형사 입건했다. 완전히 익명이 보장되는 현행 교원평가 시스템상 학교와 교육청 등은 학생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빠르게 신상이 특정됐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했고, 현재는 검찰로 송치됐다.

 

A고는 가해 학생이 특정되기 전 1차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했고, 특정 후 한 번 더 위원회를 열어 최종 퇴학 처분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피해 교사만 최소 6명에 이르고, 공론화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적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A고의 사례가 알려진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진행한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사례 전수조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높아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퇴학 처분에 대해 B군 측이 심의 재조정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재조정을 거쳐서도 최종 퇴학 처분이 나오면 행정 소송이나 행정 심판 등으로 절차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 교사 C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사건 초반에만 해도 관계 기관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사안이 공론화 되고, 민원이 많이 들어가면서 교육청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경찰 수사도 빨라졌다”며 “학교에서 퇴학 처분이 나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관(교육학박사)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전학이나 퇴학 조치가 나오는 것은 10%가 안 되는데, 이번 사안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다 보니 보다 중대한 사안으로 처리된 것 같다”며 “학생만 처벌하기보다 교원평가 등에서 문제적 발언을 쓰면 안 된다는 사전 교육이나 고지 등 학교와 교육청의 책임도 따져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행 유보·축소·폐지 의견 속출…교원평가의 운명은

 

전교조가 지난달 초 긴급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약 7명이 교원평가를 통한 성희롱 피해를 직접 입거나 다른 교사의 피해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냥 참고 넘어갔다(98.7%)고 했고, 고소나 고발을 진행한 것은 0.3%에 불과했다. 

 

C씨는 “그동안 학생의 교사 대상 성희롱 등 문제적 행위에 대해 온정적인 여론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계속 그냥 두면 학생을 계도할 기회도 없어지고, 점점 더 문제가 커질 것 같아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전에도 학생들로부터 여러 차례 성희롱성 발언을 들어왔으나 자신을 비롯한 다른 교사들 모두 문제제기하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일탈이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현재 교원평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익명이 보장된 채 교사의 학습·생활지도 역량에 대한 만족도 평가(5단계 척도)와 자유 서술형 답변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를 교사가 열람하는데, 서술형 항목에 어떤 문제성 발언을 남기더라도 신원을 찾아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꾸준히 논란이 이어졌다.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가 교사들에 대한 인격모독과 성희롱이 이뤄지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평가는 ‘인기평가’, ’모욕평가”로 전락해 당초 취지인 전문성 신장은커녕 교권·인권침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교사 중에는 서술형 평가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며 “교권추락만 조장하는 실패한 제도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8일 총회에서 교원평가의 전면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선안이 마련될 때까지 교원평가 시행을 유보하거나 축소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교육부에 주문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교원평가제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A고 사건을 계기로 교원평가 개선을 검토 중이어서 향후 서술식 문항만 없어지는 등 제도가 개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원평가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연구 중”이라며 “향후 교원단체와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지혜·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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