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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 그리울 땐 팥죽 먹으로 전주갑니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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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4 14:02:28 수정 : 2023-01-24 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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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전동성당 겨울낭만 가득/정원 예쁜 100년 한옥 카페 ‘행원’서 따뜻한 쌍화차 즐기며 국악 공연 감상/전주남부시장 동래분식 새알팥죽·효자문식당 불갈비 등 먹거리 풍성

동래분식 새알팥죽.

팥죽. 겨울이 오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식탁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뜨거운 팥죽을 내셨다. 추위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온몸이 얼어붙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다 집에 오면 팥죽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일까. 설탕 솔솔 뿌려 팥 내음 가득한 걸쭉한 국물에 퐁당퐁당 빠진 쫀득쫀득한 찹쌀 새알 건져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어머니 손맛이 그리운 날엔 미식의 도시, 전주로 달려간다.

경기전.
경기전.

◆낭만 가득한 겨울 경기전과 전동성당

 

전주는 걸어서 여행하기 좋다. 갈 만한 곳들이 구도심에 옹기종기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기전으로 들어서자 온통 순백의 세상이 펼쳐진 풍경에 감탄이 쏟아진다. 여기가 이렇게 운치 있는 곳이었나. 여러 차례 와봤지만 별 감흥은 없었는데 눈이 수북하게 쌓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신 곳으로 임진왜란 때 경주, 평양, 개성, 영흥의 어진은 모두 불타고 경기전 어진만 유일하게 남았다. 현재 어진은 1872년(고종 9년)에 모사한 것으로 원본은 어진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경기(慶基)’는 ‘경사스러움이 터를 잡았다’는 뜻. 조선왕조를 연 전주 이씨의 발상지라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이름 덕분인지 한 해를 살아갈 힘찬 기운이 몸속으로 밀려드는 느낌이다. 경기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도 있다.

태조 어진.
전동성당.

경기전과 마주 보는 전동성당도 낭만이 가득하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 올린 예수상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호남지역에 최초로 지어진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건물로 초기 천주교 성당 중에서도 매우 아름다운 건물로 꼽힌다.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한 전동성당은 1908년 짓기 시작해 1914년에 완공됐다. 여러 천주교 신자가 순교를 당한 역사적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카페 행원.
 
카페 행원 정원.

◆한옥 카페에서 즐기는 전주의 국악

 

경기전에서 도로를 건너 풍남문을 등지고 전라감영 방향으로 스무 발자국 걷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요즘 핫한 ‘소리가 있는 한옥 카페 행원’이 등장한다. 한눈에도 세월이 묻어나는 건물로 100년 가까운 시간을 견딘 고택은 전주 미래문화유산 18호. ‘ㄷ’자 건물 안마당에 아담하고 예쁜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연못에는 금붕어가 겨울 추위에도 힘차게 퍼덕이며 물살을 가른다. 툇마루에 손님들이 앉아 눈 쌓인 정원을 즐기며 차를 마시는 풍경은 운치가 넘친다. 전주 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된 와유관과 도서가 전시된 민화관 등으로 꾸며졌다.

카페 행원 쌍화차.

풍류관에 자리를 잡자 예쁜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자기 소반에 내온 쌍화차 한 모금 넘기자 추위에 떨던 몸이 금세 진정되고 혈관을 따라 온기가 돈다. 아주 걸쭉하고 진한 풍미가 넘쳐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 함께 내오는 녹두떡과 찰떡궁합이다. 수제 양갱은 디저트로 즐길 수 있다. 이제 행원의 하이라이트 국악 공연을 즐길 시간. 가야금 연주자 박승희씨의 줄을 튕기는 현란한 손놀림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대금 연주자 권민환씨의 가락은 사극의 한 장면 속에 들어앉은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구슬프다. 곡은 대금 독주곡인 창작곡 ‘바람을 그리다’와 인기 드라마 ‘추노’에 나온 해금곡을 대금이랑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비익련리’.

카페 행원 국악공연.

행원에서 국악 공연을 하는 이유가 있다. 원래 이곳은 일제강점기이던 1928년 조선요리전문점 ‘식도원’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남원’으로 간판이 바뀌었다가 1942년 화가 남전 허산옥이 인수하며 지금의 행원이 됐다. 또 1983년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 성준숙씨가 인수하면서 한정식집으로 운영되다 지금의 카페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당대 국악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공연하고 예능을 전수하는 산실 역할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는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며 국악 공연을 즐겼지만 현재는 소규모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카페 경우.
카페 한채.

단위면적당 카페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답게 외국 사신과 관리의 숙소로 사용된 객사(客舍)인 풍패지관(豊沛之館) 주변에도 다양한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한옥 기와집을 카페로 꾸민 효자문 옆 카페 ‘경우’ 대문에는 주인의 이름 대신 ‘카페’라는 문패가 내걸렸다. 통창으로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작은 골목길을 보며 솔트초콜릿 쿠키에 커피 한잔을 더하니 겨울 낭만이 가득하다. 1980년대 유행하던 2층 양옥을 카페로 꾸민 ‘한채’에선 마들렌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동래분식 새알팥죽.

◆새알팥죽 먹을까 불갈비 먹을까

 

미식의 도시 전주에는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는 노포들이 많다. 전주남부시장에서 30년 넘게 팥죽과 수제비 맛집으로 명성을 떨친 동래분식으로 들어서자 빈자리가 거의 없다. 새알팥죽 한 그릇 시키니 뜨거운 김이 오르는 팥죽이 커다란 냉면 대접에 가득 담겨 나온다. 거의 2인분 양이라 간식을 즐기러 왔다 한 끼 식사를 해야 할 판. 그런데 놀랍다. 새알팥죽은 7000원, 팥칼국수는 6000원으로 인심 참 넉넉하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팥죽 같은 담백한 맛이 어린 시절 추억으로 이끈다. 국산 팥만 사용해 고소하고 농도가 아주 짙다. 양이 너무 많아 절반도 못 먹겠다. 팥죽을 너무 좋아한다는 일행은 밤에 출출할 때 먹겠다며 남은 팥죽을 포장해 달란다. 깨죽, 깨칼국수, 손수제비, 떡만둣국, 칼국수 가격은 모두 6000∼7000원이다.

효자문식당 불갈비.
효자문식당 갈비탕,

45년 업력을 자랑하는 효자문식당에선 국물이 맑으면서도 찰진 갈비탕과 불갈비를 즐길 수 있다. 식당 바로 옆에 수원 백씨 효자장려각이 있어 자연스럽게 효자문식당으로 이름을 지었단다. 한우만을 고집하는데 양념을 골고루 발라 바싹 구운 뒤 편마늘, 잣, 깨를 솔솔 뿌려 내오는 갈비는 불맛이 일품이다.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에 기름이 동동 뜬 영양갈비탕은 통갈비에 인삼과 버섯이 듬뿍 들어가 원기 보충에 제격이다.


전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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