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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美 해군 원조 '탑건', 70년 만에 훈장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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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2 13:37:51 수정 : 2023-01-22 13: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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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전투기 F9F 조종사 로이스 윌리엄스
1952년 11월 소련 미그-15 전투기 4대 격추
소련 자극 및 확전 우려해 당시엔 전공 '쉬쉬'
"정당하게 예우해야" 여론에 훈장 등급 상향

“톰 크루즈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이미 로이스 윌리엄스는 현존하는 ‘탑건’이었다.”

 

미국 CNN 방송이 6·25전쟁 때의 공훈으로 해군십자훈장(Navy Cross)을 받은 전직 해군 조종사 로이스 윌리엄스(97)를 기리며 쓴 표현이다. 해군 조종사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탑건: 매버릭’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1962년생이란 점을 감안해 그보다 훨씬 전인 1952년에 영화만큼 뛰어난 조종술을 선보인 윌리엄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강조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미 해군 조종사 로이스 윌리엄스가 몬 F9F 팬서 전투기를 재현해 놓은 모습. 미 해군 제공

CNN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州)에서 기념식을 열고 윌리엄스에게 해군십자훈장을 수여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장관이 직접 수여식에 참석해 윌리엄스의 공적을 치하했다.

 

미 해군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윌리엄스는 해군 전투기 F9F 팬서를 모는 조종사였다. 1952년 11월18일 윌리엄스는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모함 오리스카니함(艦)에서 이륙해 다른 3명의 전투기 조종사와 함께 압록강 부근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출격한 전투기 4대 중 1대에서 갑자기 기계적 결함이 나타났다. 점검을 받으러 항모로 귀환하는 전투기를 호위하기 위해 다른 전투기 1대가 따라붙으며 작전 수행 중인 전투기는 2대로 줄었다. 그나마 남은 1대는 항모에 있던 지휘관의 지시로 윌리엄스의 전투기와 다소 거리를 둔 채 비행하게 됐다.

 

그때 소련 미그-15 전투기 7대가 나타나 윌리엄스가 모는 전투기를 상대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그-15는 최신 기종으로 미국의 F9F 팬서보다 다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1 대 7이라는 중과부적의 악조건이었다. 윌리엄스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에 나섰고 순식간에 적기 4대를 격추했다. F9F 팬서를 상대로 치열한 공중전을 펼치던 다른 미그-15 전투기 3대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기수를 돌려 퇴각했다.

 

6·25전쟁 도중인 1952년 11월 소련 미그-15 전투기들과의 공중전에서 적기 4대를 격추하는 등 전공을 세우고 무사히 귀환한 미 해군 조종사 로이스 윌리엄스(당시 대위)가 자신이 몬 F9F 팬서 전투기에 난 총알 구멍을 가리키며 포즈를 취한 모습. 미 해군 제공

윌리엄스가 항모에 복귀했을 때 그가 조종한 F9F 팬서가 휴대한 20㎜ 기관포탄 760발은 완전히 소진된 뒤였다. 윌리엄스의 전투기 또한 적기가 쏜 총에 맞아 구멍이 263개나 뜷려 있었다. 1 대 7의 공중전에서 4대를 격추시키고 나머지 3대는 도망치게 만든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이듬해인 1953년 5월 윌리엄스에겐 은성무공훈장(Silver Star)이 주어졌다.

 

이렇게 이미 훈장을 받은 사람에게 그로부터 70년 뒤 다시 훈장이 수여된 까닭은 무엇일까. 1952년 당시 윌리엄스의 빼어난 공적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6·25전쟁과 관련해 소련은 북한과 중공에 무기를 적극 지원했으나 공식적으로 참전하지는 않았다. 이런 소련이 최신 전투기를 보내 미군을 공격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안이었다. 미 백악관과 정보당국은 이 교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 소련을 자극하고 또 미국과 소련 간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자칫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윌리엄스 역시 “평생 이 얘기를 비밀로 하겠다”고 맹세했으며, 2002년 기밀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않았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장관(오른쪽)이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예비역 해군 대령인 로이스 윌리엄스에게 70년 만에 해군십자훈장(Navy Cross)을 수여한 뒤 위로하고 있다. 델 토로 장관 SNS 캡처

2002년 이후 참전용사 단체들은 “윌리엄스의 훈장 등급을 높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미 해군은 전투가 벌어진 지 꼭 70년 만인 지난해 12월 은성무공훈장보다 훈격이 높은 십자훈장 수여를 결정했다. 이날 수여식을 직접 주재한 델 토로 해군장관은 “훈장 등급 상향을 위해 검토한 많은 제안들 가운데 윌리엄스의 사례가 단연 두드러졌다”며 “그의 행동이 비범하고 더 높은 훈장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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