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엄마가 가져간 세뱃돈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

입력 : 2023-01-22 23:55:00 수정 : 2023-01-22 22:29:07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박정은(14)양은 매년 설날에 친척들에게 30만원 정도를 세뱃돈으로 받는다. 지금까지 받은 돈만 어림잡아 200만원. 하지만 “엄마가 관리해줄게”라는 약속이 명절 때마다 이어지며 세뱃돈은 그녀의 수중에 없다. 박양은 “돈이 필요할 때 엄마한테 가끔 물어보면 걱정하지 말라는 답만 반복한다”며 “진짜 돈이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모(18)군도 지난해 고등학교 입학 선물 겸 세뱃돈으로 100만원을 받았는데 부모님이 50만원을 가져갔다. 박군은 “적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부모님께) 성인이 되면 (모은 돈을) 한 번에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설이 다가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뱃돈 안 뺏기는 법’에 대한 질문이 줄을 잇는다. 용돈이 많지 않은 초·중·고등학생은 세뱃돈 같은 ‘목돈’이 생기면 부모님 허락 없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세뱃돈 지키기가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친인척에게 받는 세뱃돈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몇년 치 세뱃돈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큰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뱃돈 14만원을 받았는데 10만원을 뺏겼다”, “통장에 넣어줄 테니 돈 다 주라고 한다”, “옷에 한창 예민한 시기인데 이번에는 정말 뺏기기 싫다” 등 속상하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세뱃돈을 지키고 싶은 자녀가 부모의 세뱃돈 관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의 세뱃돈을 관리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민법 제916조는 ‘자(子)가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이를 관리한다’고 규정한다. 박다혜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재산의 관리는 재산의 보존, 이용, 개량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여서 처분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관리에 필요한 한도라면 처분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부모가 세뱃돈을 가져가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의 양육 등에 세뱃돈을 쓰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친권자가 자녀의 재산을 부적당하게 관리하면 재산관리권을 상실할 수 있어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예컨대 부모가 도박으로 자녀의 재산을 탕진하거나 자녀에게 빚을 지우는 등의 행위를 하면 재산관리권을 잃을 수 있다. 조의민 변호사(이에스티 법률사무소)는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가 세뱃돈을 유용했다는 게 인정이 돼 이해관계에 반하게 되면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서 소송할 수는 있다”면서도 소액 세뱃돈으로는 실익이 없어 소송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세뱃돈을 준 제삼자가 부모의 세뱃돈 관리를 거부한다면 자녀의 거절에도 효력이 생길 수는 있다. 민법 제918조 1항은 ‘무상으로 자(子)에게 재산을 수여한 제삼자가 친권자의 관리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친권자는 그 재산을 관리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손주한테 세뱃돈을 주면서 손주 돈이니까 부모가 관리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며 “부모가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인데 이 경우 재산관리인 선임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친권자가 재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한 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미성년자가 분별력 없이 함부로 돈을 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성년자더라도 자기가 돈을 벌어 생활하는 등 자기가 경제 관리를 했을 때는 민법(916조) 취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여서 상황에 따라 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세뱃돈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한 선례는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세뱃돈을 돌려달라며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사례가 여럿 있다. 22일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광저우 바이윈 법원은 동의 없이 세뱃돈을 인출해간 아버지 A씨에게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건 자녀 B(10)군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B군이 2년간 받은 세뱃돈 3000위안(약 50만원)을 계좌에 넣어뒀다가 B군이 모르게 이자를 포함한 3045위안을 모두 빼갔다. 법원은 아이도 돈을 처분할 권리가 있다며 세뱃돈 전액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세뱃돈 반환 소송은 대체로 양육권 다툼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정한·이예림 기자 h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