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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만나 지령 받아… 2000년대 간첩 사건 살펴보니

, 이슈팀

입력 : 2023-01-20 21:00:00 수정 : 2023-01-20 16: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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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수사 본격화한 공안당국…민주노총 압수수색
덩달아 2000년대 과거 간첩단 사건에도 관심
예전엔 북한 직접 방문하고 주류 정치권 진입 시도
최근엔 지역에서 활동한 이들 위주로 포섭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면서 과거 간첩단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적발된 주요 간첩단 사건을 살펴보면 2010년 전후로 간첩활동에서 큰 흐름의 변화가 포착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진 직접 북한에 넘어가 지령을 받은 뒤 조직원을 정치권 상층부에 침투시키려고 하는 등 국가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2010년대부턴 기자회견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간첩’ 수사 본격화하는 공안당국

 

20일 경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민주노총 본부 국장급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지난 18일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피의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조직국장을 포함해 보건의료노조 간부, 금속노조 간부, 제주도 세월호 활동가 총 4명이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조직국장의 경우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공안당국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제주 지역의 ‘ㅎㄱㅎ(한길회로 추정)’나 창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조직된 것으로 의심받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와는 별도 사건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김일성 만나…정치권 진입 시도하기도

 

최근 간첩 수사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과거 발생한 간첩단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적발된 주요 간첩단 사건으로는 △일심회 사건(2006년) △왕재산 사건(2011년) △청주 간첩단 사건(2021년‧재판 중) 등이 있다.

 

지난 2006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안창호 2차장 검사가 ‘일심회’ 간첩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심회는 재미교포 장모(61)씨가 주축이 돼 2002년 구성했던 단체다. 2006년 검거 당시 검찰은 일심회를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최대 간첩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장씨 등을 기소하며 장씨가 1989년 북한에 들어가 일주일가량 체류하며 북한 대외연락부에서 주체사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학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1998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공작원으로부터 ‘남한 내에 통일사업 조직을 구성하라’는 지령을 받았고, 이에 따라 2002년 일심회를 꾸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일심회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을 반미운동에 활용하려 한 혐의 등을 받았다.

 

장씨는 재판에 넘겨져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당시 법원은 일심회에 속했던 장씨 등의 행위에 대한 이적성을 인정했다. 다만 일심회에 대해선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직적 결합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1년 8월 25일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공안1부 부장검사가 서초동 서울지검에서 北지령 간첩단 '왕재산' 적발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재산 사건은 IT업체 대표였던 김모(60)씨가 1993년 김일성을 직접 만나 지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2011년 왕재산 조직원들을 기소했는데,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김일성 사망 1년 전인 1993년 8월 김 주석과 직접 면담해 ‘남조선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김씨 등은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조직원 중 1명이 정치권 침투 지령을 받고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법원은 왕재산 조직에 대해서도 일심회와 마찬가지로 반국가단체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일심회 사건와 왕재산 사건에서 보듯 1990년대 시작된 간첩 사건은 북한에 직접 들어가 지령을 받고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등 국가 기반에 위협이 될 만한 활동을 주로 수행했다.

 

지난 2021년 8월 2일 청주지법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회원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청주=뉴스1

◆제3국에서 만나고…지역 인사 포섭

 

이 같은 흐름은 2010년대 이후 바뀌기 시작한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과 북한 경제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북한에 직접 가서 지령을 받고 공작금을 타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캄보디아나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북한이 국내 주요 인사를 포섭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노동계 인사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이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적발된 청주 간첩단 사건이다.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위원장인 손모(49)씨 등은 청주 지역에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운동 등을 한 지역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북한 지령을 받아 활동하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뒤 지령문·보고문 84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공작원과 주고받고 충북 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하기 위한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국정원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제주도의 ‘ㅎㄱㅎ’도 제주도 진보정당의 한 간부가 만든 조직이다. 이 간부가 속한 정당은 제주도의회 원내정당이 아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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