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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누리는 건 사치"… 올해도 ‘혼설’ 보내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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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1 23:00:00 수정 : 2023-01-22 00: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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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고향 집요? 올해는 혼자 보낼 계획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경북 안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모(20대)씨. 그는 ”몇 년째 취업도 하지 못한 처지에 남들처럼 명절 연휴를 누리는 것은 사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꺼운 자격증 서적을 연거푸 넘기던 김씨는 “3년째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데 설까지 다가오니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푸념했다. 이날 이 카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19일 경북 안동의 카페에서 취업준비생이 자격증 공부에 한창이다. 

민족 최대 명절 설(1월2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에는 보통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준비생이 대표적이다.

 

경기 침체로 취업 문이 줄어들며 이번 설 연휴에 귀성해 가족들과 만나지 않고 홀로 보내는 ‘혼설족’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보다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취업준비생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는 2842만1000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47만9000명 늘어,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76.5%에 달했다. 이어 50대(9만2000명) 순이다. 하지만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5000명 줄었다.

 

예천군이 고향인 취업준비생 윤정현(26·여)씨도 이번 설 연휴에 집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윤씨는 상반기 대기업 채용을 대비해 미리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응시하며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해 좀처럼 자기소개서를 써 내려가는 데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윤씨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명절을 보내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올 때마다 ‘사회적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부모님께 고향에 못 간다고 말씀드리자 ‘취업 스트레스 받지 말고 걱정 없이 푹 쉬라’고 말해 오히려 더 마음이 쓰인다”면서 “얼른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 명절에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는 게 올해 목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세무직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강영록(28)씨도 올해 설 고향을 찾지 않는다. 4년째 공무원을 준비 중이지만 3차례 낙방했다. 그는 설 연휴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편의점에서 하루 8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일손이 귀한 명절에 시급을 4000원을 더 쳐주겠다는 점주의 제안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강씨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으로)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금전적 어려움이다”면서 “부모님에게 더는 손을 벌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년 설 연휴에는 꼭 시험에 합격해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안동=글·사진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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