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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탓 남편과 떨어져 38년간 돌본 장애 딸 살해한 친모…법원 ‘집행유예’ 선처

입력 : 2023-01-19 22:00:00 수정 : 2023-01-19 23: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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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선고
38년간 돌보던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친모 A씨가 지난해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가 집행유예 판결로 법정 구속을 면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그는 법정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지만 법원은 A씨가 38년간 딸을 돌봐 온 점에 주목하며 선처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4·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잠이 든 상태를 확인하고 범행했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38년간 피해자를 돌봤다”며 “피고인은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살인죄를 저지른 A씨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로 선처한 이유를 별도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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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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