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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안경 온라인 불법판매에 고물가… “손님 없는 날 허다” [밀착취재]

입력 : 2023-01-19 19:19:34 수정 : 2023-01-19 21: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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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안경 상권’ 가보니

경기 침체 영향 구매 주기 늘어
손님 발길 끊겨 폐업위기 직면
매장 한편서 주류·커피 팔기도
업계 “적발·처벌 미온적” 불만

“공치는 날도 허다합니다. 1명이라도 사가면 성공한 날이죠.”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의 한 안경점에서 만난 박응준(49)씨는 텅 빈 매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안경점 운영만 25년 경력인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절반 이상 떨어진 매출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했다. 거리두기 해제 분위기에 상권 자체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잡화를 사려는 손님은 여전히 발길이 뜸해서다.

사람들로 붐비는 바깥 거리와 달리 남대문 안경상가의 풍경은 고요했다. 기자가 오전 내내 머무른 상가에서는 한 명의 고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나현 기자

‘국내 최대 안경 상권’인 남대문 지역의 안경점 대부분은 이처럼 줄줄이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필수 소비재가 아닌 안경의 구매 주기가 늘어난 데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불법 도수 안경의 여파로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평균 10팀은 찾던 남대문 안경 상가의 점포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 3~4평 규모로 오밀조밀 붙어있는 남대문 상가의 안경점 대부분이 이날 오전 내내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했다.

 

20년 이상 안경을 써 온 오자훈(29)씨는 취업 이후 시력 교정과 패션을 위해 1년마다 새 안경을 구매해왔지만, 올해는 “성과급도 줄고 주식 수익률도 엉망”이라며 안경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했다. 회사원 조성현(36)씨도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웠을 때 운동용으로 하나 더 샀지만, 지금 같은 대출 금리로는 안경 교체는 사치”라고 말했다.

 

소매점을 찾는 이들이 급감하면서 안경 도매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안경 도매업자 김모(57)씨는 “공장에서 올해만큼은 테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성화지만 업계에서는 결사반대 중”이라며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직원도 다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남대문에서 안경 도소매점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매상을 올릴 생각으로 20평 이상 되는 점포 한편에 수입 주류와 커피 기계를 들여다 놨다. 위스키와 와인 병을 가리키며 서씨는 “이렇게라도 해야 손님들이 한 번이라도 더 들어온다”고 씁쓸해했다.

 

최근 영세 안경업체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공공의 적’은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되는 도수 안경이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도수가 들어간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는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다. 시력 검사 및 정밀 세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안경이 국민 눈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한진안경을 운영하고 있는 박응준씨가 텅 빈 매장에서 차를 따르고 있다. 코로나 19 이후 물가까지 치솟자 고객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나현 기자
서씨가 일하고 있는 안경점에는 안경 이외에도 수입 주류와 커피점이 들어서있다. 안경점 창가에는 와인과 위스키가 전면에 진열돼있다. 안경 매출이 꺾이며 다른 품목들을 취급하는 안경점이 늘고있다. 김나현 기자

하지만 오픈마켓이나 동영상 플랫폼에 ‘돋보기 안경’을 검색하면 불법 판매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검색어 금지 설정을 해 놓았지만, ‘돋보기 안겸’ 또는 ‘돋보기 안 겨3.0’ 등의 꼼수 검색어로 접속이 가능하다. 유튜브에 ‘돋보기 안경’을 검색하면 나오는 한 영상에는 구매 사이트 링크가 포함돼 단 3번의 클릭으로 도수 안경을 살 수 있다. 6벌에 4만2900원이라는 초저가 수준이다. 

 

윤일영 대한안경사협회 윤리법무위원장은 “도수가 들어간 근용(돋보기) 안경 불법 판매 현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유해 사이트로 1년에 300건 이상 방통위에 신고해도 잡초처럼 자라난다”고 밝혔다. 불법 사이트 도메인을 추적해 보면 도수 안경을 주방용품 판매업자가 파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도수 안경 불법 판매에 대한 적발 및 처벌은 미온적이다. 한국안경사협회에 따르면 불법 판매 경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면 오픈마켓이나 유튜브에 공문을 보내 사이트를 차단하고, 개인 사업자들을 경찰에 신고한다. 증거를 모아 신고해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대부분 약식 처분되는 데 그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일선 경찰이 실태를 파악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의해 보면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가 불법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현 실태를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도수 안경이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의 광학적, 해부역학적 요소 분석에 따라 본인에게 맞춤 세공된 안경을 써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도수가 든 안경 판매가 금지된 온라인 상에서 검색어 차단 기능을 피해 ‘안겸’ 또는 ’안 겨3.0’ 등의 검색어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캡처

이영일 동남보건대학교 교수(안경광학과)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저품질 플라스틱 렌즈는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시력 차 등을 고려하지 않아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코팅이 빨리 벗겨져 자외선 차단에도 취약하다. 장기간 쓸 경우 백내장 등의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혜란 서울과기대 교수(안경광학과)도 “발수 또는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되어있지 않은 렌즈를 쓰면 눈의 피로도가 올라가고, 시력 보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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