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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기상이변의 해’… ‘따뜻한 겨울’이란 재앙이 온다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3-01-11 17:00:00 수정 : 2023-01-11 16: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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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속출한 2022년, 역대 5번째로 뜨거운 해로 기록
EU 기후변화 감시기구 발표…유럽 여름 폭염, 역대 최악
‘따뜻한 겨울’에 알프스 산맥 스키장 흙바닥 드러날 지경
허리케인에 가뭄까지…美 작년 기상이변 피해 200조원대

2022년은 ‘기상이변의 해’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역대 5번째 뜨거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10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대 대비 약 1.2도 높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작년 유럽 여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지역도 봄철 지속적인 이상고온 현상의 영향을 받는가 하면, 중국 중부 및 동부 지역 역시 여름철 폭염에 시달렸다. 파키스탄은 8월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침수되는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작년 2월 남극 해상의 빙하 규모는 44년간의 위성기록 역사상 가장 낮은것으로 측정됐고, 9월 그린란드 중심부 기온은 지난 30년 평균 온도보다 8도나 더 높았다.

2022년 8월26일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서 한 남성이 홍수로 고립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는 모습. CNN 캡처

사만다 버제스 C3S 부국장은 “2022년은 유럽 및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 기후 현상이 나타난 한해”라며 “이는 우리가 이미 지구 온난화의 파괴적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사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탄소 배출량을 시급히 줄이는 동시에 변화하는 기후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겨울’에 알프스 눈도 녹아내려

 

올해들어 유럽은 ‘겨울’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알프스 산맥의 눈이 녹아 흙바닥을 드러낸 탓에 성수기여야 할 스키장이 속속 운영을 중단할 지경이다. CNN은 최근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새해 첫날 유럽에서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국가는 리히텐슈타인,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덴마크, 라트비아다. 이달 1일 리히텐슈타인 수도 바두츠는 섭씨 20도까지 올랐고, 체코 야보르니크는 19.6도, 폴란드 요드워브니크는 19도를 찍었다. 우크라이나도 크림반도 이외 지역에서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세계 전역 극한 기온을 추적해온 에레라는 이같은 상황을 “유럽 역사상 가장 극심한 열파”라고 설명했다. 평년 기온과 차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여름 유럽을 휩쓴 폭염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종종 눈으로 뒤덮였던 도시들이 여름에나 볼 수 있는 기온을 한겨울에 경험했다고 전했다. 영국 기상청은 아프리카 서쪽 해안의 따뜻한 기단이 유럽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이상 고온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근처의 호수에서 한 사람이 다이빙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나타난 이상 고온 탓에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스키장들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스위스 휴양지 아델보덴에서는 예정된 스키 월드컵을 앞두고 눈이 계속 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곳 기온은 역대 1월 최고치인 20도를 기록했으며, 해발 2000m 높이에서도 기온이 영상권에 머물고 있다. 스위스의 일부 리조트는 스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산악자전거 코스를 개설했으며, 일부는 리프트를 무기한 폐쇄했다. ‘눈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여겨지던 해발 1500m 고도의 스위스 스플뤼겐 리조트마저 잠정 폐업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변 리조트 역시 한 달 전에 마지막 눈이 내렸고, 몽블랑 기슭으로 유명한 프랑스 샤모니에서는 인공 눈을 만들 물이 모자라 스키장이 거의 휴장한 상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스키 리프트 운영업체 노동조합의 집계를 인용해 이번 겨울방학 기간 전체 스키 슬로프의 절반만이 운영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스키장들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운영되다가 연말로 접어드는 24일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미국 기상이변 피해액 206조원…역대 세번째로 커

 

초강력 허리케인과 역대급 가뭄, 산불 등 각종 기상이변이 모두 ‘등장’한 지난해 미국은 건당 10억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사례만 18건으로 확인됐다. 10일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최소 474명이 숨지고 총 1650억달러(약 206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21년(1553억달러) 기록을 넘은 것은 물론 198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3위에 해당한다.

 

NOAA에 따르면 2022년은 지난 2015년 이후 허리케인 활동이 가장 약했지만, 대신 4등급 또는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은 더 자주 미 대륙을 덮쳤다. 특히 지난해 9월28일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4등급 허리케인 ‘이언’은 1129억달러 상당의 피해를 유발해 2017년 ‘하비’, 2005년 ‘카트리나’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재산피해를 입혔다.

2022년 9월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로 접근하고 있는허리케인 이언의 눈을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 미국 나사(항공우주국) 제공

가뭄 피해는 근래 들어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25일까지 미 국토의 최대 63%가 가뭄을 겪어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넓은 면적이 가뭄 영향권에 놓였다고 NOAA는 전했다. 미 서부 지역의 경우 지난해 5월3일 기준 무려 91.3%가 가뭄 지역으로 분류됐다. 수년간 지속된 서부 지역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악화해 주요 저수지 수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부와 중부 대평원 지역을 중심으로 거의 1년 내내 지속된 가뭄과 열파는 222억달러 상당의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극단적인 무더위로 애리조나·네바다·캘리포니아·오리건·텍사스주에서 공식 집계상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리조나주 매리코파카운티 한 곳에서만 지난해 온열 관련 사망자가 378명 나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미국의 평균 기온은 11.9도(화씨 53.4도)로 역사상 18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됐다고 NOAA는 밝혔다. 역대 4위였던 전년도(화씨 54.5도)보다는 덜 더웠다는 뜻이다.

 

산불도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750만에이커 이상을 태우며 큰 피해를 낳았다. 알래스카주에서만 작년 6월18일 현재 100만에이커 이상이 불타 지난 32년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산불이 확산했다. 리처드 스핀래드 NOAA 국장은 “기후변화가 더욱더 집중적이고 극단적인 기상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재난으로 엄청난 피해가 초래되고 연속적인 위험이 발생하곤 한다. 심한 가뭄 뒤에 커다란 산불이, 그 다음에는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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