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만배, 언론사 인수 시도… 회장에 권순일 앉히려 했다

입력 : 2023-01-10 07:00:00 수정 : 2023-01-10 09:19: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언론계 로비 의혹 일파만파

“법률 전문지 인수 땐 맡아달라”
화천대유 고문직 제안하며 부탁
권 “좋은 기회라 생각해 수락해”
해당 언론 “김씨 만남 제안, 거절해”

기자 출신 고문 영입해 급여 지급
김씨와 돈거래 언론인 수사 확대
한겨레 경영진 “사태 책임” 사의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언론사들을 인수하려 시도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김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법률 분야 전문 언론사 회장 자리에 앉히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로비 의혹은 언론계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김만배(왼쪽), 권순일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말 변호사 개업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내 독립 기구인 등록심사위원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의견서에서 2020년 9월 퇴임 뒤 같은 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이 된 경위,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씨는 “법률 분야 전문 언론사 A사를 인수하고 싶은데 향후 진로 및 발전 방안을 검토해 달라”며 권 전 대법관에게 화천대유 고문 자리를 제안했고, A사를 인수하게 되면 회장직도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권 전 대법관은 ‘법률 문화 사업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란 생각에 김씨 제안을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까지 10개월간 화천대유 고문을 지내며 법률 문화 사업 진출 관련 경영 측면의 자문을 맡았을 뿐, 문제의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일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문료는 뇌물이 아니고, 공직자윤리법이나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부인하며 “좋은 일이라 막연히 생각해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는 심경도 밝혔다. 이는 권 전 대법관 퇴임 직전인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다수 의견을 내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씨는 또 대다수 법조인이 이용하는 유명 판례 검색 서비스 업체도 인수하고 싶어 했는데, A사 인수가 무산되며 접었다.

 

검찰은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을 2021년 11월과 12월 두 차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의 뇌물 혐의를 제외한 공직자윤리법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초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다. 그 이후 검경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달 22일 변호사 등록을 허가받았다.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자택 주소로 개업했다.

 

A사는 이날 “지난해 5월 경영진이 바뀌었고, 이전 경영진은 2021년 중반에 김씨가 제3자를 통해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 온 적은 있지만 전혀 응하지 않았다”며 “그 전에는 김씨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언론인들과 돈거래를 하고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언론계 로비 목적이었는지 대가성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천대유 고문을 한 중앙 일간지 논설위원 출신 B씨와 뉴스통신사 부국장 출신 C씨는 각각 2021년 6∼9월 3500여만원, 2021년 1∼8월 2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일간지 선임기자 출신으로 화천대유 홍보실장을 한 D씨는 2019년 7월부터 2년 3개월간 9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최근 남욱 변호사로부터 김씨가 2025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에 천화동인 1호 지분을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씨가 현직 부장판사들 술값을 대신 내준 정황도 포착됐다.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장은 이날 자사 편집국 간부가 김씨와 수억 원의 돈거래를 한 사태에 대해 관리 책임을 지고 보직을 사퇴했다. 대표이사 사장과 편집인, 전무도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진행 등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스 '상큼 발랄'
  • 수스 '상큼 발랄'
  • 김태리 '정년이 기대하세요!'
  • 김신록 '매력적인 미소'
  • 정채연 '여신의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