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와 함께한 사진도 찾아내 게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한 펠레를 ‘축구의 전설’(soccer legend)이라고 부르며 명복을 빌었다. 마침 미국은 4년 뒤 열릴 월드컵의 공동 주최국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고인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세계를 하나로 모으는 스포츠 분야에서 펠레는 시작은 초라했으나 축구의 전설로 성장했다”며 “이는 무한한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무명 축구선수의 아들로 태어나 빈민촌에서 자란 소년이 축구로 전 세계를 제패하고 조국 브라질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3차례나 안긴 사연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 펠레는 그보다 두 살 더 많은 1940년생으로 사실상 동시대를 산 인물들이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미 연방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돼 외교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2009∼2017년에는 부통령도 지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적 명사인 펠레와 인연을 맺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어느 축구 경기장 관중석에서 펠레와 만나 반갑게 대화하는 사진도 찾아내 SNS에 게시했다.
마침 미국은 오는 2026년 월드컵을 캐나다·멕시코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북미 또는 북중미 월드컵으로 불리는 차기 대회 성공을 위해선 미국에 ‘축구 붐’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이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를 향해 “선수생활을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고 스타인 메시가 2026년까지 현역 선수로 뛰어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대회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 축구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놓고 유럽인들과 미국인들 사이에 일종의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유럽에선 ‘풋볼’(football)로 불리는 축구를 가리켜 미국에선 ‘사커’(soccer)라는, 유럽인들한테 생소한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종료 후 16강전 네덜란드 대 미국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미국을 3-1로 이겼을 때 유럽에선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미국인들을 겨냥해 “(유럽의) 풋볼이 (미국의) 사커를 이겼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도 펠레를 ‘사커 레전드’라고 부름으로써 ‘축구는 사커’라는 입장을 꿋꿋이 견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