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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에 체면 구긴 ‘비호복합’…지난 5년간 실전적 훈련 없었다

입력 : 2022-12-30 06:00:00 수정 : 2022-12-30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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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5년 만에 합동방공훈련

공중전력 통합 운용… 허점 보완
“비호복합 훈련 합동성 강화할 것”
軍, 드론부대 창설 등 조치 강구
유엔사, 남·북 MDL 침범 조사
軍 “자위권 행사 차원 설명할 것”

군이 29일 5년여 만에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완하고 육군과 공군 대공 무기체계의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통합운용을 갖추기 위해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을 상정한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 훈련’에는 2m급 소형 무인기 대응 작전 개념을 정립하고 실전적 작전수행 절차 숙달을 위해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 등 20여대의 유·무인 전력이 참가했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주관으로 29일 경기 양평군에서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을 실시된 가운데, 육군 제5군단 장병들이 방공 무기체계인 20mm발칸을 운용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무인기 대응 훈련은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실시해왔지만, 합동참모본부 주관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육군 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실전적 통합 훈련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적 무인기가 공중 침투하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탐지 및 식별 후 추적해 요격에 임하는 비사격 훈련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한 영공을 침범하고 그중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지만 군은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2m급의 소형 무인기에 대한 탐지·추적이 어려웠고, 지상 배치 대공무기들이 자체 탐지 장비로는 목표물을 포착하지 못했다.

 

특히 군 입장에서는 무인기 파괴용 무기체계인 ‘비호복합’의 침묵이 뼈아프다. 군은 2014년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촬영 사건 이후 2015년부터 비호복합을 운용해왔다. 비호복합은 30㎜ 자주대공포 K-30 ‘비호’에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최대 4발 결합해 교전 능력을 강화한 무기체계다. 적 비행체가 약 20㎞ 밖에서 날아올 때부터 레이더로 탐지해 3∼5㎞ 영역 내에선 신궁으로, 3㎞ 이내에선 30㎜ 대공포로 격추할 수 있다.

지난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비호복합은 북한 무인기가 남한 영공을 누비는 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더욱이 지난 5년간 비호복합의 실전적 훈련도 없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호복합과 관련해 “제대별로 임무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훈련은 해왔다”면서도 “다만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대규모 부대 또는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은 발전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군 당국은 소극적이던 대북 무인기 대응 작전을 공세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북한의 도발 수준에 비례해 우리 무인기를 북측 지역에 투입해 평양은 물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등을 촬영해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우리도 필요하면 (무인기 운영과 관련해) 공세적으로 작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은 드론부대 창설, 스텔스 무인기 확보, 무인기 대응 훈련 강화 등의 조치도 신속하게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비행했다는 보도를 인지하고 특별조사팀을 구성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통상 유엔사가 남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항을 조사해왔다는 점에서 남북 양측의 위반 사항을 모두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 26일 무인기 5대를 MDL 이남으로 내려보냈고, 남측도 무인기 3대를 MDL 이북으로 날려 정찰 활동을 하면서 정전협정 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주관으로 29일 경기 양평군에서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천마(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발사대가 사격 대공방어를 취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우리 무인기의 MDL 이북 비행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응한 자위권 차원의 작전으로, 유엔도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다”며 “유엔사의 조사 때 그러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국방청사 갈라놔 軍 사기 꺾어” 與 “北 군사합의 위반 항의한 적 있나”

 

북한이 내려보낸 무인기에 국회는 여야로 갈라져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대치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에도 제대로 된 항의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고 변호하기 급급했다”며 전 정권을 탓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 무인기 불법 남침을 대통령실 이전 때문이라고 했다. 북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는 야권 주장에 군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대한민국에 안보가 있었나”라며 “문 정권 5년은 ‘적과의 동침’이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북 무인기 도발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9·19 합의는 체결 때부터 대한민국에 불리한 독소 조항으로 가득한 굴욕적 합의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문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우리 국회도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의 무인기 도발을 규탄하는 국회 차원의 공동결의안을 즉시 채택할 것을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를 탓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북 무인기 도발에 대해 “대통령실을 이전하려고 국방부 청사를 빼앗아 업무 공간을 여러 곳으로 찢어놓고 군의 사기를 꺾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확실한 응징 보복’을 강조한 것을 두고는 “위험천만한 인식과 발언”이라며 “국민 불안을 부추긴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CBS 라디오에서 “합동참모본부에서 보고한 비행 궤적을 보니까 (서울) 은평구, 종로구, 동대문구, 광진구, 남산 일대까지 왔다간 것 같다”며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한·미 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적 무인기 식별경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군은 “침범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P-73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P-73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달하는 구역으로, 대통령실 일대 상공뿐 아니라 서울시청과 중구, 남산, 서초·동작구 일부가 포함된다.

 

이 실장은 또 “서울 지역에는 더 많은 체계가 있어서 대부분 항적을 추적하고 있었고 짧은 부분만 소실됐다”고 설명했다.


김선영·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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