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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없이 헌신 ‘예비 선수’ 오현규… 선수단, 십시일반 모아 ‘추가 포상금’ [2022 카타르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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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5 20:47:45 수정 : 2022-12-16 09: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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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멤버 아닌 탓 16강 포상 제외
경기 전 볼보이 역할 자처하는 등
출전 기회 없었지만 대표팀 도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 국가에서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엔트리는 26명으로 제한된다. 그런데 한국 축구대표팀은 27번째 선수를 카타르에 데려갔다. 바로 오현규(21·수원·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안와골절상을 입은 손흥민(30·토트넘)이 출전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한 예비선수였다.

손흥민이 마스크 투혼을 선보이면서 오현규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등번호도 없는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 선수들과 카타르 현지에서 함께 훈련하며 동고동락했다. 한국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는 순간을 함께하는 감격을 누릴 수는 있었지만 대표팀 공식 멤버가 아니었기에 다른 선수들만큼 포상금을 받을 수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오현규는 조별리그 경기에 대한 6000만원의 포상금은 받지만 16강 진출에 따른 포상금 1억원의 대상자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대표팀 동료들은 오현규의 수고를 잊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사비를 모아 자체 추가 포상금을 마련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오현규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실제 카타르에서 오현규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볼보이’ 역할을 자처하며 선수들의 웜업을 도왔고,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승리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을 일으키며 같은 조 우루과이-가나의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준 것도 그였다. 손흥민은 오현규에 대해 “내게는 월드컵에 함께한 선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오현규는 “내가 공이라도 한 번 더 주워주면, 형들이 슈팅을 한 번 더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흰색 생활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섰는데, 나중에 신발이 초록색으로 물이 들었더라”며 “그걸 보고 ‘그래도 (나도) 열심히 했구나’ 싶었다”며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오현규는 또 이번 대회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고 단언했다. 자신이 경기에 나간다는 것은 대표팀 선수 중 누군가 다쳤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현규는 “이렇게 끝난 게 내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더 감사하다”면서 4년 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당당히 최종 명단에 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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