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계열인 ‘미적분’·‘기하’ 선택
‘확률과통계’ 선택 비율 48.2% 불구
1등급 중에선 ‘10% 수준’에 불과
“통합 수능 이과에 유리 구조” 지적
국어 영역은 ‘언어와매체’ 쏠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영역 1등급을 받은 수험생 10명 중 9명이 미적분·기하를 선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위 ‘이과’ 수험생들이 수학 상위권을 ‘싹쓸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계에선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가 이과생에 유리한 구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87개 고등학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선택과목으로 ‘확률과통계’를 본 비율은 6.55%에 불과했다. 93.45%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이 올해 수능에 응시한 고3 수험생과 졸업생 496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등급 중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사람은 11.1%에 그쳤다.

현재 수학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로 나뉘는데, 대학들은 자연계열 모집에 주로 미적분이나 기하 선택을 요구해 미적분·기하 시험을 치른 학생은 이과생으로 불린다.
2021학년도까지 수학은 주로 이과 학생이 치르는 ‘가형’과 문과 학생이 치르는 ’나형’으로 나뉘고 등급도 각각 산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문·이과 통합수능이 도입되면서 수학 시험을 본 학생들은 함께 등급을 받게 됐다. 올해 수능 수학 선택 비율은 확률과통계 48.2%, 미적분 45.4%, 기하 6.4%다. 확률과통계 응시생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1등급 중에선 10% 수준인 셈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상위권을 독점한 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이 상위권 대학 인문사회계열에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수능은 국어가 다소 평이하게 나와 국어보다 수학을 잘 봤을 경우 표준점수가 더욱 높아진다.
수학에서 고득점을 받은 미적분·기하 응시생이 인문·사회계열에 지원하면 확률과통계 응시생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에도 미적분·기하 응시생 중 교차지원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한 이들이 많았다.

종로학원 조사 결과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270점대 이상인 상위권 학생 중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하겠다는 비율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27.5%로 늘었다. 종로학원은 “올해 1등급 중 이과 학생 비율이 지난해 추정치보다도 높아졌고, 고득점 구간대에서 교차지원 의사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확률과통계보다 미적분이 어려운 만큼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선 특정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한 상황은 통합수능의 부작용이라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 수능 체제에서 상위권은 이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국어 영역도 과목 쏠림 현상이 굳어지는 추세다.

올해 수능에서 언어와매체 응시생은 35.1%였지만, 서울중등진학연구회에 따르면 국어 1등급 중 ‘언어와매체’ 선택 비율은 85.58%로 지난해(70.88%)보다 크게 올랐다. 종로학원 분석에서도 1등급 중 언어와매체 비율은 72.1%로 전년(65%)보다 7%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통상 이과생으로 보는 ‘과학탐구 응시생’ 중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44.4%로, 사회탐구 응시생 중 선택 비율(27%)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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