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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마약사범 낀 거대 보이스피싱 ‘덜미’

입력 : 2022-12-01 18:55:52 수정 : 2022-12-01 18: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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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30명 입건 20명 기소
저금리 대환대출·재테크 등 미끼
총 23명에 9억5000만원 뜯어내
조직원들 대포통장 제공 등 도와
中 국적 총책은 적색수배 요청

조직폭력배 두목과 마약사범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합동수사단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서민 돈을 7700억여원이나 뜯어낼 정도로 기승을 부린 보이스피싱 범죄에 조폭들이 적극 가담하고, 가상화폐로 돈세탁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단은 조폭들의 가담에 대해 “피해자 인적사항만 알면 보이스피싱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보이스피싱 범죄 엄벌을 다짐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국내 총책 C씨 등을 검거하며 수거한 대포통장.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1일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30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기소(8명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오더집’(현금수거책에게 현금 수거를 지시하는 조직) 총책 A(35)·B(37)씨와 국내 총책 C(39)씨 등은 2013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 “딸을 납치했다”, “재테크로 돈을 불려주겠다” 등의 다양한 거짓말로 국내 피해자 23명에게 9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지난 9월 구속 기소됐지만, A·B씨는 중국 국적으로 아직 검거하지 못해 기소 중지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범행 과정에서 조폭들이 연루된 사실도 확인됐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방파 두목 D(54)씨는 대포통장을 제공할 계좌명의자들을 A씨 등에게 소개시켜주고 계좌명의자들이 대가로 받는 월 800만원 중 400만원을 매달 알선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D씨는 총 1억7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지역 조폭 칠성파 행동대원인 E(41)씨는 C씨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대포폰 유심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조폭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소개 등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을 돕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C씨를 검거하며 C씨가 환전책·현금수거책 등 일부 조직원과 함께 오랜 기간 필로폰을 투약·구매하며 그들과 견고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단은 “이들은 형·동생 관계를 유지하는 등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하면 추적이 어려운데 수사단은 끈질긴 수사 끝에 범행을 밝혀냈다. 이들은 위조 신분증을 사용해 본인들이 매수자인 걸 숨기는 방식으로 2000만원을 세탁했다. 다만 수사단은 “세탁된 돈을 최종 송금받은 이는 중국인 여러 명인데 인적사항을 특정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수사단은 이번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포통장의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해 계좌추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수사기법도 고안해냈다. 지금까진 피해자 계좌를 통해 대포통장을 일일이 역추적해 왔는데 피해금이 입금된 은행이 직전 이체내역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이를 바꾼 것이다. 수사단은 “보이스피싱 수사에 있어 ‘리딩케이스’로, 향후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 발본색원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수사단은 “해외 체류 총책에 대한 강제송환을 추진해 말단 조직원부터 최상위 총책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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