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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문재인 탓에, 윤석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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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30 22:50:23 수정 : 2022-11-30 22: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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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공격 대신 좋아질 거라는 비전 보여줘야

요즘 인터넷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댓글의 유형은 ‘∼ 때문에’다. 국회의원, 장관의 권위는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의 권위도 시궁창에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하며 ‘윤’의 글자 위아래를 뒤집은 ‘굥’을 써, “굥 때문에 힘들어 못살겠다”, “굥 외교참사”, “굥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다” 등등 비난이 쇄도한다.

엄형준 이슈부장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소환된다. 문 전 대통령은 성은 그대로지만, 이름이 ‘재앙’으로 바뀌었다. “이게 다 문재앙 때문이다”, “400조 쏟아부어서 재앙을 만들었다” 같은 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빠지지 않는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과 관련, 온라인에서 ‘이죄명’으로 통한다.

오후 9시 시계가 땡 하고 치면, 뉴스 첫머리에 등장한다고 해서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뉴스를 ‘땡전뉴스’라고 불렀던 시절이 있긴 했지만, 그나마 1980년대 이전 대통령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잠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가 업데이트되고, 뉴스 댓글 창은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친여 성향과 친야 성향 네티즌들의 24시간 전쟁터가 됐다. 이런 현상에 언론이 일조하지 않았느냐고 탓한다면 책임을 피할 길 없지만, 뉴스 중단 시간제라도 도입하고 싶은 심정으로, 과도한 수준에 이른 이 ‘탓’ 세태를 짚어 본다.

시민들만 뭐라 탓할 순 없다. ‘탓’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여당은 야당 탓과 전 정부 탓, 야당은 여당 탓과 현 정부 탓하느라 바쁘다.

보통 탓은 상황이 안 좋을 때 많이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상황은 실제로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회원국 경제성장률을 3.9%, 한국은 3%로 전망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최근의 수치는 회원국 2.8%, 한국 2.7%로 하락했다. 내년 우리 성장률은 1.8%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OECD뿐 아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7%,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마이너스 0.7%로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제 성장은 더뎌지는 반면 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5.2%, 내년은 3.9%로 잡았다. 올해보단 낮지만, 한은의 물가 목표인 2.0%를 훌쩍 넘기는 수치다.

쉽게 말해 한국이라는 거대 회사가 매출 정체에 빠지면서 직원들더러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 또는 압박하지만, 월급은 안 오르고 점심값은 오르는 힘든 상황이 내년에 펼쳐질 예정이다. 여기에 물가 잡는다고 은행에서 빌린 이자까지 오르니, 팍팍한 세상이다.

힘들다 보니 누군가는 누군가를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거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극단·폭력 세력인 ‘화살촉’처럼, 더 세게 비난해야 더 많은 인기를 얻는다. 사람들은 토론은커녕, 말싸움마저 거부하고 반대 의견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과거 총과 칼이 지배하던 세상이라면 권력자가 반대파를 숙청하고 비난 여론 무마를 시도할지도 모를 듯한 분위기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비난과 공격으로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정부와 정치인에게 최우선 순위는 보다 평안한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 구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협치다. 적어도 좋아질 거라는 믿음과 비전을 정부와 정치인들이 보여줘야 하지 않나. 내년 인터넷 뉴스 댓글은 더 심한 ‘탓’으로 도배되지 않을는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벌써 쓸데없이 걱정스럽다.


엄형준 이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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