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관중석에서 응원을 보내는 것은 이제 익숙한 축구장 문화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 덕분에 경기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해당 국가 응원단 규모를 색깔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24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도 관중석의 붉은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날아온 400여명의 ‘붉은악마’와 현지 교민 등 1000여명 정도 규모다. 월드컵이 카타르라는 비교적 친숙하지 않은 곳에서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숫자의 응원단이다. 하지만, 이틀 전 8만명 경기장 4분의 1 이상을 점유한 사우디아라비아, 5000여명이 응원을 펼친 일본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밖에 없기에 ‘적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두 나라가 팬들의 막강한 화력을 등에 업고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을 나란히 만들어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따라왔다.
다만, 이는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이었다. 이내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이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것. 붉은 옷을 차려입은 팬들은 90분 동안 지치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더했다. 더 많은 숫자의 우루과이 응원단도 이런 붉은악마 기세에 기가 죽은 듯했다.
경기장 분위기에 좌우되기 마련인 현지 팬들도 어느새 한국 응원 분위기에 가세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응원단 숫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열정의 크기. 이 열정의 크기는 한국을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을 먼 타국에서 새삼 확인했다.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이 이런 팬들의 열정에 더욱 불을 붙였다. 벤투호는 이날 자신들이 오랫동안 공언해온 능동적인 축구를 월드컵에서 완벽히 구현해냈다. 덕분에 팬들은 상대 공세를 막아내며 조마조마해하는 대신 밀어붙이는 우리 선수들을 향해 마음껏 환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두가 즐거운 경기가 완성됐다. 비록 결과는 0-0으로 비겼지만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가뿐했다. 선수도, 팬도 멋졌던 9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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