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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25%… 한은, ‘베이비 스텝’ 결정 배경은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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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5 07:00:00 수정 : 2022-11-25 0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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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대응 기조 속 금융시장 위축 등 고려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결정했다.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응하는 동시에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춰 잡을 정도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사상 첫 6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 기록을 썼고, 기준금리는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총 2.75%포인트 뛰었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6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3.25%…“물가 안정 위한 정책 대응 이어가야”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 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총 2.75%포인트 상승했다. 3.25%의 기준금리는 2012년 7월(3.25%)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측면이 가장 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5.7%)에 이어 9월(5.6%)까지 떨어지는 듯했지만, 지난달 5.7%로 다시 반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이달 들어 4.2%로 10월(4.3%)보다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치(4.7%) 이후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한은 금통위의 판단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온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다수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달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보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 “내년 韓 경제성장률 1.7% 전망”…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춰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둔화 및 국내 경제성장률 저하 등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보다 0.4%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어서 충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상당 폭 하회하는 1.7%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잡기’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3.50∼3.75%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역시 9월보다 0.5% 높아졌는데, 생산자물가가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빅 스텝’ 아닌 ‘베이비 스텝’ 이유는…환율 안정·자금시장 경색 등 고려한 듯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고, 그동안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시장 경색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베이비 스텝의 주요 배경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EPA연합뉴스

연준이 23일 공개한 11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속도 조절론이 제시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결정 당시 위원 다수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채권시장은 금통위 발표가 있기 전부터 베이비 스텝을 예상하며 금리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뜻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3.6원 급락한 1328.2원에 마감하는 등 원화가 뚜렷하게 강세를 보였다. 주식시장도 1%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이 총재는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물가(상승률)가 한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또 현 기준금리 3.25%에 대해서는 “중립금리 상단 또는 그것보다 조금 높은 제한적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대출금리 상단 8%대 바짝 다가서…차주 상환 부담도 커질 듯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총 2.75%포인트 뛰었다. 5%대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차주(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이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총 2.75%포인트 오른 상황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은 36조3000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한다. 2.75%포인트로 환산하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액도 180만4000원으로 확대된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3.50%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3.75%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미 8%에 육박한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280∼7.805%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6.218∼7.770%) 역시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연 5.200∼7.117%)와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5.230∼7.570%)도 7%를 훌쩍 넘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이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것만 반영하더라도 대출금리 상단은 조만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3.75%까지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9%대도 넘을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지난해 말(635조8879억원) 대비 68조7828억원(10.82%) 증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 글귀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로 인해 ‘이자 부담에 고통받는 차주를 위로하기 위한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많이 오르고 경기도 나빠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고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사후 지불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인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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