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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코로나, 시간을 뒤틀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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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5 01:22:01 수정 : 2022-11-25 01: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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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어쩔 수 없이 감속당한 ‘삶의 속도’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는 잃지 말아야

‘남들은 내 나이에 취업도 하고, 결혼도 했던데… 동기는 승진해서 연봉도 올랐던데… 나는 뒤처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시간이 없어. 남들을 따라잡으려면 서둘러야 해’라고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공부에는 때가 있어. 결혼과 출산 적령기에 맞춰야지. 사회에서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워!”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적 박자에 자기를 억지로 꿰맞추게 된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비교로 시간을 인식하기 때문에 생긴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레빈은 사람들의 보행 속도와 시계의 정확성,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토대로 세계 여러 도시의 인생 속도(pace of life)를 측정하고 건강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생 속도가 빠른 도시에서는 심장병 환자가 많았다. 남들보다 앞질러 가려다 병을 얻고, 죽음에 더 빨리 도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춰야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생 속도가 달라졌다. 멈춰서 과거를 되짚어 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견뎌내려고 현재에 몰입해야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멈칫거렸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 이상이 시간에 대한 태도 변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시간 지각의 왜곡을 경험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같은 연구에서 응답자 중 50.4%는 실제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인식했으며, 반대로 시간 흐름이 느려졌다고 느낀 이들도 이와 비슷한 정도로 많았다. 지금이 하루 중 어느 때인지, 주중 무슨 요일쯤 되었는지 혼란을 겪었다는 사람도 46.4%나 됐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다는 보고도 3분의 1이 넘었다. 이런 현상들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학업 문제, 격리와 같은 스트레스가 시간 지각의 왜곡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시간 흐름을 지각하려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체감하고 적절한 수준의 실외 활동을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장시간의 격리는 마음속 시간 흐름을 뒤틀어놓는다. 스트레스 받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고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게 된다. 영국에서 시행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은 기간을 실제보다 더 길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스트레스를 심리적으로는 그보다 더 오래 지속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시간 인식이라는 심리적 토대가 흔들리는 경험은 우울과 불안을 유발한다. 잠들고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실외 활동을 통해 햇볕을 충분히 쏘여야 시간 지각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보다가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게 생활하면 정신건강도 혼란에 빠진다. 우리의 삶이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쭉 이어져 간다는 영속성에 대한 믿음은 마음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인간이 이 세상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부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면 희망찬 미래가 오리란 기대만큼은 잃지 않아야겠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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