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 정도로 낮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으나 소득 없이 종료됐다.
유엔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4일 이후 17일 만에 다시 북한 탄도미사일 문제로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며 “안보리의 모든 동료들이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로 우리에게 동참해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할 당시,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장성명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 점을 들어 이번에는 제재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으로 정도를 낮춰 두 나라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종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의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 간 입장 차이가 컸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모든 당사자가 자제하고 신중히 발언해야 한다”며 “계산 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고 미국에 각을 세웠다. 장 대사는 “미국이 신뢰를 보여줘야 하고 안보리는 이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북한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을 발사했다. 이 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가 안보리 결의뿐 아니라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북한은 유엔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안보리의 무대응과 분열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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