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축구선수들이 꿈꾸는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22번째 대회가 21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A조 경기로 시작됐다. 영광의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들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사력을 다해 뛴다.

가끔 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팀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막전에 나선 개최국 카타르가 부담에 무너진 팀이 됐다. 이들은 이날 에콰도르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 끝에 2-0로 완패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조별예선 1차전에서 패한 첫 사례다. 대부분 월드컵에서 개최국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한껏 활용해 좋은 성과를 내왔지만 카타르만은 예외였다.
경험의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이 경기는 그동안 단 한번도 자력으로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과해보지 못했던 카타르가 치르는 사상 첫 월드컵 경기였다.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첫 경기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듯 무거운 몸놀림 속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전반 3분 만에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에네르 발렌시아(페네르바체)의 헤더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다행스럽게도 비디오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됐지만 이미 분위기는 완전히 에콰도르 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결국, 전반 16분 에콰도르가 카타르 골키퍼 사드 알 시브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발렌시아가 골을 만들어 이번 대회 1호 득점자가 됐다.
선제골을 내준 카타르는 만회를 위해 공격을 강화했지만 중원에서 지속적으로 실수가 나오며 오히려 에콰도르에게 기회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발렌시아가 전반 31분 얼리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에콰도르는 주도권은 잃지 않으면서도 다소 힘을 빼는 경기 운영으로 추후 이어질 조별리그 경기를 대비하기까지 했다. 알바이트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던 카타르 관중들이 후반 중반부터 급격히 빠져나가며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가운데 개막전으로서는 다소 썰렁한 분위기 속 경기가 끝났다.
이로써 1년 이상 합숙과 20번 이상 평가전을 통해 개최국 돌풍을 노리던 카타르의 도전이 첫 걸음부터 삐끗했다. 세네갈, 네덜란드 등 강호들과 경기가 추후 이어져 조별리그 통과가 힘겨워졌다.
반면, 에콰도르는 기분 좋은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를 맛봤다. A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세네갈이 에이스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의 부상 낙마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은 가운데 16강 도전을 본격적으로 노려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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