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7형 재발사 정상 비행
尹 “강력 대북 규탄·제재 추진”
美 “韓·日 안전보장 모든 조처”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하루 뒤인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쏘아올렸다. 이날 발사된 ICBM은 비행거리 약 1000㎞, 최고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지난 3일 정상 비행에 실패한 ICBM ‘화성-17형’을 재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ICBM의 최고고도, 비행거리, 비행시간, 낙하지점 등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20년 10월 처음 공개된 화성-17형이 이번과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처음으로, ‘상당한 진전’은 물론 사실상 성공단계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화성-17형은 탄두부에 다탄두를 탑재할 경우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은 한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받았을 때 핵전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 공약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한국군은 이날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를 타격하는 훈련을 시행했다. F-35A가 북한 도발 대응 차원의 무력시위에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는 동해 상공에서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도 펼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양국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뻔뻔스럽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한·미·일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태국 방콕에서 긴급 6자 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에는 에이펙에 참석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카멀라 해리슨 미국 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참석했다. 이들 정상급 인사들은 북한의 ICBM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올 들어 북한은 이날까지 탄도미사일을 35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으로 공개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25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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