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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따리 푸는 장진… 연극 ‘서툰 사람들’ 10년 만에 다시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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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17 15:37:32 수정 : 2022-11-17 15: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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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살벌하고 팍팍해져서 편하게 활짝 웃을 일이 드문 세상에 장진(51)이 오랜만에 웃음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품격있는 코미디 연극 ‘서툰 사람들’을 10년 만에 들고 나온 것.  

 

영화감독이자 연출가인 장진이 군 제대를 앞두고 23살 때 쓴 희곡 ‘서툰 사람들’은 1995년 서울연극제에서 초연했고, 2007년과 2012년 전석 매진 흥행으로 그를 대학로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세상에 나온 지 30년 가까이 된 작품의 웃음 코드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 만큼 달라진 시대와 세대에게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 오는 26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을 준비하는 장진이 깊게 고민하는 지점이다.

“코미디는 늘 스릴 있어요. 지금 시대에 이 코미디가 유효할지 저도 궁금해요.” 

 

지난 15일 종로구 아떼오드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남 장진은 이렇게 말하며 “30년 전 작품이라서 지금 시대에 통용되지 않는 건 바꿨다”고 했다. “스물셋의 저는 뭐 이리도 해맑았는지…착하기만 한 인물들이 나오는 이 작품이 꼴도 보기 싫은 적도 있었죠.(웃음) 그러나 이 서툴고 어수룩한 주인공들을 보며 실컷 웃고 나면 관객들에게 이 살벌하고 팍팍한 세상도 살아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장진은 “영화는 찍어놓고 보면 항상 편집할 때 아쉬운데, 연극은 (공연이 계속되며 수정할) 기회가 있기에 손 놓고 싶지 않다”며 “어릴 때 쓴 작품이라 그런지 내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았다. 10년 전에도 많은 관객이 좋아해 줬지만 늘 수정할 곳이 보인다. 공연 마지막 날까지 고칠 것 같은 작가로서 미완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은 순박하고 어수룩한 도둑 ‘장덕배’가 엉뚱하고 발랄한 젊은 교사 ‘유화이’의 집에 도둑질하러 들어갔다가 갇히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다. 이번 공연도 직접 연출을 맡은 장진은 도둑과 집주인 사이의 소동극이라는 상황은 놔둔 채 불필요한 장면을 빼고 단어나 표현도 손봤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인물들의 정서와 표현 방식이 30년 전 방식이라고 느껴질 때 이걸 수정하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요즘 시대를 단순히 흉내 내는 게 목표는 아니니까요.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10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든 이유도 소개했다. “지금 시점이 기로예요. 이 작품을 인생에서 버리느냐, 계속 가져가냐 하는 문제죠. 이 시기를 넘기면 작품 자체가 못 나와요. 제가 아니면 누가 이 작품을 건드리겠어요. 저 역시 50대 중반에 연출할 작품이 아니죠. 제겐 마지막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평범하지만 엉뚱한 캐릭터들의 재치 있는 대사와 엇박자 유머로 웃음을 선사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규칙과 질서를 과감히 깨고 균열을 만드는 코미디죠. ‘서툰 사람들’도 상황과 다른 예외적 선택과 말에 기대는 점이 비슷해요. 우리는 이 친구들의 서툰 모습을 보면서 깔깔대고 자기도 모르게 정이 생기죠. 관객들이 작품 속 시선을 재밌게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연극 ‘허탕’, ‘서툰 사람들’, ‘웰컴 투 동막골’부터 영화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등 특유의 연극적 코미디 연출로 ‘장진 표 코미디’란 장르를 개척한 그는 코미디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내비쳤다. “코미디는 해도 해도 어렵고 고민인 작업입니다. 변하지 않는 생각은 코미디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웃음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닌 당위성과 인과성이 있는 코미디를 위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발명가의 심경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00명의 관객 중 150명이 웃었다고 만족해선 안 되죠.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웃음소리가 가장 큰 세대가 누구인가 항상 생각해요. 나이가 점점 들어도 제 마음속엔 코미디의 영역이 있어요. 60살이 넘어도 계속할 것 같아요.”

배우들은 그가 지난해부터 대학로 소극장 연극을 관람하면서 직접 선발했다. 새 얼굴을 찾으려 애쓰다 보니 연습 한 달 전에야 출연 배우가 확정됐다.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 이지훈을 비롯해 오문강, 임모윤이 도둑 장덕배 역을, 김주연, 최하윤, 박지예가 집주인 유화이 역을 연기한다. 1인3역의 멀티맨은 이철민과 안두호가 맡았다. 대부분 장진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연극을 많이 보면서 저 배우가 ‘서툰 사람들’을 했을 때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제가 배우들에게 구혼한 것이지요. 저와의 작업을 통해 좋은 배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20~30년 전 함께한 배우들이 잘되고 그 덕분에 저도 칭찬받은 건 즐거운 기억이에요.”

 

장진은 “좋은 작품에는 당연히 좋은 관객들이 온다고 믿는다”며 “어떤 배우가 이 무대를 빛낼지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배우를 만나는 기분으로 와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2월 19일까지 공연.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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