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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로 유명한 ‘국민 멘토’ 법륜스님, “‘모자이크 붓다’로 봉사하며 살자”

입력 : 2022-11-15 09:08:55 수정 : 2022-11-15 13: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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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만일결사’ 30년 대장정 마무리

“정토회(淨土會)는 종교단체인데도 복을 빌거나 내생(죽은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아요. (대신) 우리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특이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스님(69)은 1993년 시작한 ‘만일(萬日)결사의’ 30년 대장정 마무리를 앞두고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토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정토(淨土)’는 ‘부처나 보살이 사는,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깨끗한 세상’을 뜻한다.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문명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자는 뜻으로 법륜스님이 1988년 세운 정토회는 맑은 마음과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추구하는 수행공동체다. 현재 회원은 해외 200∼300명을 포함해 2500명가량이다. 정토회는 이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승인을 받은 국제구호 단체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하거나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즉문즉설(卽問卽說)’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국민 멘토’로도 불린다. 평화운동과 국제구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2002년 막사이사이상(평화와 국제 이해 부문), 2020년 니와노평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법륜스님이 정토사회문화회관 건물 옥상에 자리한 법당 ‘대성초당’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거처인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올라온 법륜스님을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났다. 2년 전 완공돼 지난달 1일 정식 개관한 지하 5층∼지상 15층짜리 이 건물은 정토회 전용 회관으로 △정토불교대학 △정토출판 △한국 제이티에스(국제구호단체)·평화재단 등 사회공헌기구 △그린 리사이클링 센터 △국제 회의장 등 30년간 인근 5개 건물의 사무실을 빌려 월세살이를 해왔던 기관이 모두 들어서 있다.

 

법륜스님은 “정토회가 돈을 많이 벌어 (강남에) 빌딩 지었다고 오해를 많이 받는데, ‘월세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은행 융자를 내서라도 (자체) 건물을 짓는 게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란 회원들 목소리가 많아 짓게 됐다”며 인건비 등 운영비를 5% 이내로 최소화하고 아낀 돈은 모두 구호활동 등 사업비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위를 내려 놓은 뒤 아무 것도 안 가지고, 시종이 없어도 자급자족하며 수행했던 부처의 정신을 잇자는 차원이다. 

 

예컨대 정토 회관의 전기, 소방, 통신 등 건물 관리는 자원봉사에 나선 회원 150명이 관련 전문가에게 1년 동안 교육 받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서 담당한다. 법륜스님은 “수행자들이 자기 생활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하지 않고 돈 주고 고용한 사람에게 맡기는 건 부처의 뜻과 맞지 않다고 봐 그렇게 했다”며 “물론 전문가를 고용해 관리를 맡기는 것보다 부족하고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면 된다”고 말했다. 옥상에 있는 법당 ‘대성초당’도 소박한데 그 안에 모셔진 작은 불상은 법륜스님이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500원 주고 사온 것이다.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스님이 14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30년 대장정 마무리를 앞둔 ‘만일결사’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법륜스님은 30년 전 ‘만일결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도 들려줬다. “1992년 인도로 성지순례를 떠나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부다가야 보리수 앞에서 힌두교도 행상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부처의 나라에 살면서 왜 불교를 안 믿냐’고 하자 오히려 ‘왜 불교를 믿어야 하냐’고 반문했어요. 그래서 자비와 깨달음 등 불교의 좋은 점을 설명해줬더니 그 사람이 ‘매일 전 세계 불교도가 이곳을 찾지만 성지 앞 걸인에게 얼마라도 건네고 도와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말하는 부처의 자비란 대체 뭐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이를 계기로 이듬해 정토회의 만일결사가 닻을 올렸다. 개인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1000일), 한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한 세대(30년·1만일)가 지나야 한다고 보고 시작한 사회문화운동이다. 3년마다 1000일씩(‘천일 결사’) 나눠 진행된 만일결사는 일반 재가 수행자들이 일상 속에서 하루 한 가지 이상 선행과 정토회를 위한 자원봉사 업무 등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만일결사는 △기후환경 △‘절대적 빈곤’ 퇴치 △한반도 평화 △삶의 주체로서 행복한 삶 네 가지 목표를 향해 수행하고 다양한 사회·환경·구호운동을 펼쳤다. △쓰레기와 음식물 남기지 않기 △인도와 필리핀 등 외국 빈민 지역에 학교와 유치원 건립 △북한 난민 돕기와 인권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천일결사’에 참여한 누적 인원은 지난 9월 기준 7만여명에 달한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만일결사 활동의 하나다. 즉문즉설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만 120만명, 누적 조회 수가 12억뷰에 달한다. 정토회는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며 내년 3월 시작할 ‘2차 만일결사’의 지향점으로 상대적 빈곤 퇴치와 재활용 유통, 대안교육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륜스님은 “사회나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기 보다 문제를 개선하고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대안 모델을 만드는 쪽에 에너지를 쏟자고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며 ‘모자이크 붓다(부처)’를 언급했다. 

 

“사람이 온전히 붓다처럼 되려면 힘들지만 붓다의 한 조각(모자이크 붓다)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기 형편대로 시간이든 돈이든 조금 내서 봉사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살면 되는 겁니다.”


글·사진=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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