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은 마음 아프죠. 하지만 세금으로 지원금을 주는 건 별개의 이야기 같아요.”(27살 회사원 김윤영씨)
“가슴아프게 가족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을 위해 장례비는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것 아닌가요?”(38살 대기업 회사원 오모씨)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비 대납 등을 포함한 정부 지원책 발표와 관련해 찬반양론이 뜨겁다. 대형 참사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장례비 등 지원은 당연하다는 입장과, 참사에 대한 아픔은 나누겠지만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7일 대한민국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중 이태원 사고와 관련 상황의 세금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에는 5만명이 동의했다. 국회동의 청원의 경우 5만명이 동의하면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청원을 제기한 김모씨는 “이태원 사고의 경우 정부에서 장례비용과 치료비용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의 세금이, 우리 부모님의 세금이,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 쓰여져가는 것이 이제는 관습이 된 것 같고 악습이라 부를 때가 된 것 같다”고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 약 300명의 부상 및 사망자 유가족에게 지원금을 주고자 세금을 납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생활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걷는 것이며, 세금을 납부하는 몇 천만명의 국민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의 법률적 개정으로 보장되고, 세금 사용에 대한 법이 보다 더 세밀하고 그리고 엄격하고 신중하게 사용 될 수 있도록 개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사망사고에 대해서 아픔은 나누겠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이같은 지원시 보다 엄격하게 세금을 사용하게끔 법률을 개정해야한다고 청원인은 말했다.
이 청원 뿐만이 아니다. 이모씨가 지난 1일 “(핼러윈 참사 피해자들이) 즐기기위해 놀러갔고, 누가 의무적으로 행하라고 한것이 아니다”며 올린 지원금 반대 청원은 7일 기준 5809명이 동의 했고, 같은날 허모씨가 “개인이 직접 자발적으로 놀러가서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용산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철회해 달라고 올린 청원은 3104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사망자 장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며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1:1) 매칭도 모두 완료하였고,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참사 사망자에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부상자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밖에 참사 관련 부상자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치료비를 우선 대납하고, 중상자는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 매칭하여 집중 관리한다. 또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진행 중인 한 이태원 참사 장례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올린 설문에 87%(410명 참여‧357명 반대)가 정부 지원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쓸쓸히 죽어간 노동자는 제대로 챙기지 않는 정부가 대형 참사라는 이유 만으로 유흥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외출했다가 사망한 이들을 지원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30대 자영업자인 강모씨는 “비록 희생자들이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라와 공익을 위해 일하다가 사망한 것도 아닌데 왜 국민의 혈세로 장례비를 지급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찬성 의견 역시 적지 않다. 특히,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명확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만큼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앞서 법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만약 배상이 이뤄진다면 이미 지급된 장례지원비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20대 대학생인 김모씨는 “희생자들에 대한 충분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희생자는 특정되지 않는다. 누구나 이런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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