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스트럽 의원 “가족들 슬픔 빠져”
한국어 전공 카자흐 대학원생 등
유학생들 피해 커… 현지서도 추모
5명 숨진 이란서 “정부 관리부실”
외교부 “현지 대변인의 사적발언”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외국인 희생자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번 참사로 숨진 일본인 여성 2명 중 1명은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 출신의 고즈치 안(小槌杏·18)양인 것으로 1일 추가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인의 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일이라 할 말이 없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이타마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고인은 8월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손녀와 통화했을 때 ‘열심히 하고 있어. 초밥이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며 “‘힘내라’고 말하면서 한국에 보냈는데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고인이 “밝고 친절했다”고 기억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지난달 31일 한국에 입국해 시신이 안치된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사망 미국인 2명 중 1명인 앤 마리 기스케(20)씨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조카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하이오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우리 가족은 조카딸의 사망을 슬퍼하고 있다”며 “신이 우리 가족에게 준 선물이었고, 우린 무척 사랑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사고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변에서 초 두 개를 꽂은 생일 케이크를 놓은 사진을 올렸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켄터키대 재학생인 고인은 해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한 학기 동안 유학하고 있었다.

중국 톈무뉴스에 따르면 중국인 사망자 4명 중 2명이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출신 2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1명은 닝보 장베이(江北)구 출신으로 한국에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다른 1명은 닝보 츠시(慈溪)시가 고향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닝보시 관계자는 “가족들이 사망 소식을 접하고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시신 수습을 위해 한국으로 출국한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안타까운 외국인 희생자 사연을 실명과 함께 보도 중이다. 호주 국적의 영화 프로듀서 그레이스 래치드씨는 오는 12일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고인은 배우 오드리 헵번 복장으로 핼러윈을 즐기려 했으나,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서 있다가 인파에 휘말렸다.
래치드와 함께 이태원에 방문했던 친구는 SNS에 고인이 쓰러진 뒤 경찰관이 올 때까지 30분가량 기다렸고, 인근에 있던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받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을 각별히 여기던 외국인 희생자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러시아 카잔연방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카자흐스탄 출신의 마디나 셰르니야조바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고인이 사고 직전 가족들에게 보낸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러시아 국적의 크리스티나 가르데르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으로 가는 꿈을 꿔 왔다. 돈을 모아 2년 전 서울로 유학을 왔다 참사를 당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의 어학 강좌에도 등록했지만, 그의 열정은 비극으로 바뀌어 버렸다.

한편 가장 많은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란의 나세르 카나니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행사 관리를 해야 했다”며 “한국 정부가 체계적인 계획으로 부상자 문제를 비롯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이러한 언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며 “향후 각별한 주의 및 재발 방지를 강력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이란 측을 즉시 접촉해 확인한 결과, 이란 측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 언급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외국인 26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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