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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도 아닌데” “추모 당연”…‘국가애도기간’ 선포 갑론을박 [이슈+]

, 이태원 참사 , 이슈팀

입력 : 2022-11-01 06:00:00 수정 : 2022-10-31 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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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애도기간 선포, 천안함 피격 이어 두 번째
세월호·대구지하철·삼풍 참사 때도 선포 안 해
정확한 지정 기준 없고, 대통령 선택에 달려
“참사 애도 당연” “개인적 축제 즐기다” 찬반

“순국도 아닌데 국가 애도기간 지정은 과도하다.”

 

“순국이 아니면 애도하면 안되나. 대형 참사에 국가적 추모는 당연하다.”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가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데 대해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숨진 사고이므로 국가 애도기간 선포는 적절하다는 의견과, 정부나 지자체 행사가 아닌 자발적인 모임 중 일어난 사고이므로 지나치다는 의견의 맞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가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하고, 부득이 개최하게 되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진행하기로 했다.

 

국가애도기간은 군주제 국가의 군주가 서거했을 때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한꺼번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을 때 등에 국가가 이를 애도하기 위해 지정하는 기간이다. 보통 정부 수반이 선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것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두번째다. 첫번째는 2010년 천안함 피격 때였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으로 승조원 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여기에 수색에 나섰던 군인 1명이 잠수병으로 숨지고 수색을 돕던 민간어선이 충돌하면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4월 24일 천안함 인양이 완료되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25일부터 5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이태원 참사에 사상 두번째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표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천안함 사건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한 것이니 인정하지만 이번엔 좀 아닌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일인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인데 국가적으로 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 특히 청소년 희생자가 많았던 세월호 참사 때도 국가애도기간은 선포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세월호,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때는 왜 안했나”, “국가 애도기간 선포 기준이 궁금하다” 등 모호한 국가 애도기간 기준에 대한 비판과 “천안함 피격 당시 국가 애도기간이 5일이었는데 이번 7일은 너무 길다” 등 기간에 따른 지적도 나왔다.

 

맘카페에도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인데 왜 세금으로 장례비 지원해주고 조기 게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등 비판 글과 이에 동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국가 차원의 애도기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다. ‘다른 재난 때는 안하고 왜 이번엔 하느냐’는 글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과거에 안했다고 해서 지금도 안해야 하나”, “전례 없는 참사가 일어났고 국민이 마음을 모아 애도하는 건 당연하다”, “150여명이 사망했는데 잠시 추모하는 시간을 갖자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가”라며 반박했다.

31일 국과수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국가 애도기간 선포에 대한 조롱 댓글이 달리자 이용자들은 “아이들이 나쁜일 하다 죽었나? 젊은 나이에 축제를 즐기고 싶은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 등 의견을 내며 국가애도기간을 지지했다.

 

한국의 경우 국가애도기간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선포 기준이나 기간,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두번의 국가애도기간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로 선포됐다.

 

외국 사례를 보면 역시 주로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이 사망했을 때, 재해나 재난으로 많은 사람이 숨졌을 때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다.

 

지난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영국 정부는 10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가졌다. 2010년 폴란드 비행기가 러시아에 추락해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96명이 사망하자 폴란드 정부는 5일간 국가 애도기간 선포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첫 주말인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앞에 추모객들이 준비한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정치 지도자가 아닌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인물의 사망에도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되는 경우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1998년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민중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사망했을 때와 2020년 전설적인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 때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가졌다.

 

테러나 산불,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때도 각국은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라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경우 국가 애도일이나 애도기간이 선포되기도 한다.

 

캄보디아는 2010년 수도 프놈펜 축제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400명 가까이 숨지자 국가 애도일을 지정했고, 2013년 코트디부아르도 신년 불꽃놀이 인파가 몰리면서 60여명이 압사하자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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