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에는 27년 묵힌 ‘우승주’가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4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인 야구단에 지역 특산주인 아와모리 소주를 선사한 뒤 우승을 하자, 이듬해 한번 더 술을 선수단에 전했다. 우승한 뒤 ‘축배’를 들겠다던 약속은 27년 간 지켜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 기대감을 키우던 LG는 올해도 ‘우승주’ 개봉에 실패했다.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던 LG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거치고 올라온 키움을 맞아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3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던 LG는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1994년 이후 28년 만의 우승까지도 내심 꿈꾸며 가을야구에 나갔으나 맛만 보고 물러났다. 유광점퍼를 입고 우승의 꿈을 안고 관중석을 메웠던 팬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허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LG의 결과가 더 허무한 건 전력상 한 수 위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 키움은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혈투를 벌였다. 투수전에서도 LG는 31승 듀오의 외국인 원투펀치 케이시 켈리와 애덤 플럿코를 앞세웠다. 1차전은 수월하게 이겼다. 하지만 2차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시즌 막바지 어깨가 불편해 등판하지 않았던 애덤 플럿코가 한 달 만에 실전으로 2차전에 나갔지만 2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6실점으로 무너졌다. 3차전에서는 김윤식이 호투했지만 리그 최강이라던 필승계투조가 무너졌다. 4차전에서는 켈리가 사흘만 쉬고 다시 나가 혼신의 투구를 펼쳤지만 타선이 ‘물방망이’가 되면서 가을 야구를 접게 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팬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리가 앞서던 중에 올시즌 가장 잘 해줬던 불펜진이 역전을 허용했고, 오늘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시즌 내내 선수들은 칭찬 받을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좋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오늘 결과는 감독의 잘못이다. 선수들이 최선 다한 데 대해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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