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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시작한 그림… 이젠 가족에게 희망”

입력 : 2022-10-24 21:00:00 수정 : 2022-10-24 19: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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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프로젝트’ 18세 김지우 작가

생후 18개월 무렵 발달장애 진단
표현력 향상 위해 미술치료 시작
그림 통해 친구 사귀고 표현 늘어
수상 다수… 예술대학 진학이 꿈
어머니 “편견 없이 바라봐주길”

아프리카에 사는 파란 코끼리, 빨간 자동차를 타고 떠난 강아지들, 전통 씨름 경기를 하는 마블의 히어로들까지.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전시장에선 독창적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모두 발달장애 청소년. 올해로 8회를 맞은 밀알복지재단의 봄 프로젝트 전시회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제8회 봄 프로젝트’ 전시회에서 발달장애인 작가 김지우(18)양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여러 작품 중 활짝 핀 꽃송이 사이로 고개를 내민 고양이가 그려진 작품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열여덟 살 김지우양. 그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생후 18개월 무렵이다. 김양이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보낸 세월은 그의 작품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어린 김양은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고, 얼굴을 마주해도 눈을 맞추지 못했다. 그랬던 김양은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미술 치료에 큰 흥미를 보였다. 김양의 어머니 신여명(50)씨는 “5살이 되도록 말도 못했던 지우가 그림만 그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신씨는 “지난 시간들은 지우와 가족들에게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우가 미술을 좋아하고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준 덕에 가족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우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인이 아닌, 열정적인 작가로 변신한다. 학교 선생님이 김양의 그림을 교실 벽면에 붙이면서 없었던 친구들도 생겼다. 11살이 돼서야 말이 트인 김양은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감정 표현도 다양해졌다.

재능을 인정받아 세종예술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양의 목표는 예술대학 진학이다. 이미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김양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신씨와 가족들에겐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신씨는 김양이 앞으로도 자신의 행복을 그려나가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최근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으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지만, 그들의 현실이 드라마에서처럼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신씨는 “지우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났지만,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그 방법이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지우와 같은 아이들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복지와 교육적인 측면에서 더 평등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개최한 이번 전시는 21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재단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봄(Seeing&Spring) 프로젝트’라는 이름에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보고, 그들이 예술가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희망이 담겼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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