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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유적탐방] 정조와 상림 10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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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1 22:58:27 수정 : 2022-10-21 22: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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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경치가 뛰어난 10곳을 선정하여 ‘상림(上林) 10경(景)’이라 하였다.

창덕궁 후원 소요정 앞에 위치한 소요암.

정조가 꼽은 절경은 왕이 관풍각에서 논을 경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풍춘경’(觀豊春耕), 망춘정에서 듣는 꾀꼬리 지저귀는 소리인 ‘망춘문앵’(望春聞鶯), 천향각 주변에서 늦은 봄을 즐긴다는 ‘천향춘만’(天香春晩), 규장각 어수문 앞 부용지 연못에서의 뱃놀이를 뜻하는 ‘어수범주’(魚水泛舟), 소요정 앞에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는 ‘소요유상’(逍遙流觴), 희우정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희우상련’(喜雨賞蓮), 청심정에서 비 갠 후 바라보는 달의 모습을 묘사한 ‘청심제월’(淸心霽月), 관덕정에서 단풍을 구경하는 ‘관덕풍림’(觀德楓林), 영화당에서 과거 합격자를 뽑고 시상을 하는 ‘영화시사’(暎花試士), 후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능허정에서 바라보는 눈 내리는 저녁 풍경을 뜻하는 ‘능허모설’(凌虛暮雪)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상림 10경을 보다 널리 알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는 지난달 현재의 창덕궁과 창경궁 후원에 자리한 10곳을 직접 탐방하며 이곳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동안 여러 번 왔지만, 비공개 지역인 능허정은 처음 찾았다. 후원 깊숙하고도 높은 곳에 위치하여 정조 대에는 눈 쌓인 궁궐 모습을 그대로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수문 앞 부용지는 정조가 신하들과 술자리를 자주 베풀었던 곳으로, 배를 띄우고 즐겼던 낭만적 풍경이 그대로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소요정으로, 현재에도 소요정 앞으로는 옥류천이 유상곡류(流觴曲流: 술잔을 두면 빙글 돌아 흘러감) 형태로 지나가고 있다. 소요정 앞 소요암(逍遙庵)에는 인조가 쓴 ‘옥류천’(玉流川) 글씨와 숙종이 직접 지은 어제시가 눈에 들어온다. 창덕궁 후원은 해설사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며 답사할 수 있는 곳들인데, 이곳을 탐방하면서 보물찾기하듯 정조가 선정한 10경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누려 보기를 바란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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