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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2년 만에 ‘1달러=150엔’ 붕괴, 아시아 금융위기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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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0 23:10:29 수정 : 2022-10-20 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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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장중 한때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 재무상이 “과도한 변동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일본 엔저 심화로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니 걱정이 크다.

엔화의 급격한 추락은 킹달러(달러 초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외환 수급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올 상반기 적자액만 사상 최대인 11조75억엔에 달한다. 엔저를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국가부채가 무려 1255조엔(약 1경2000조원)에 달해 금리 인상을 하면 이자 부담 탓에 재정 파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도 엔저를 유발하는 금융 완화에 매달리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위안화 가치가 1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과 위안화의 동반 약세가 몰고 올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얼마 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 급락으로 1997년과 같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며 가장 취약한 통화로 한국 원화를 꼽았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고문인 짐 오닐도 “달러당 150엔이 되면 아시아에 새로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본은 엔화가 기축통화이고 중국도 3조달러대의 외화를 보유해 쉽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는 회생 불능의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킹달러와 엔·위안화 약세 파장을 세밀히 분석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할 때다. 우선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외환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적자의 주범인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해 범국민 차원에서 절약·절전 운동을 벌이고 전력 다소비 산업 구조도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옳다. 재정 건전성 강화, 경상수지 흑자 유지, 한·미 통화스와프 등 2중, 3중의 방파제를 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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