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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동안 350여발 쏘곤 “南측 도발 대응”…北 잇단 무력시위 왜

입력 : 2022-10-20 06:00:00 수정 : 2022-10-20 07: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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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해 완충구역에 포격 지속
합참 “9·19 군사합의 위반” 경고
대통령실 상황점검회의 열어

북한이 18∼19일 동·서해 완충구역에 350여발의 포병 사격을 감행했다. 미국은 B-1B 폭격기를 괌 기지에 배치하는 등 북한 도발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북한이 낮 12시30분쯤 황해남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등 100여발의 포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포탄 낙하 지점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이었으며, 우리 영해로의 낙탄은 없었다. 군은 북한의 포병 사격에 대해 ‘9·19 합의 위반으로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는 경고통신을 수차례 실시했다. 합참은 또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은 명백한 9·19 합의 위반이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3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관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은 당시 포사격대항경기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북한이 해상완충구역으로 250여발의 포병 사격을 한 이날 새벽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연 뒤 “합참에서 상황을 알려와서 곧바로 점검회의를 열었다”며 “북한의 도발은 (오는 31일 시작되는) 한·미 공중연합훈련과 관계없이 예정된 스케줄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오후 10시부터 황해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발, 오후 11시부터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50여발을 쐈다. 이날 오후까지 포함하면 지난 14시간 동안 총 350여발을 쏜 셈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14일 오전 1시20분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발, 3시쯤부터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발, 오후 5시쯤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발, 오후 5시20분쯤 해주만∼장산곶 일대에서 300여발을 쏜 바 있다.

 

이날 포사격으로 북한의 9·19합의 위반은 10건으로 늘었다.

 

북한은 이날 포병 사격도 남측 탓으로 돌렸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오전 8시27분쯤부터 9시40분 사이에 아군 제5군단 전방 전연(전방) 일대에서 적들이 또다시 10여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였다”며 동·서해상으로 위협 경고사격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한편 미 공군 B-1B 폭격기 4대가 미 본토를 출발해 괌 앤더슨기지에 도착했다고 항공기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스폿이 밝혔다.

미국의 전략무기인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연합뉴스

한반도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괌에 B-1B를 배치한 것은 제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에 고강도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공군 E-3B 공중조기경보기도 이날 서해와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북한군 동향을 추적·감시했다.

 

◆“北, 9·19 합의 파기 유도… 南측 책임 빌미 핵도발 의도”

 

북한이 18∼19일 이틀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완충구역에 포병 사격을 한 것은 의도한 9·19 군사합의 파기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북한이 해상완충구역 포 사격에 이어 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9·19 합의 위반 및 파기 책임을 남측으로 돌려 향후 대남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이에 대한 한·미 대응태세를 관찰한 뒤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제7차 핵실험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北, 9·19 합의 파기 책임 돌리나

 

북한의 동·서해 NLL 해상완충구역 내 포 사격 도발은 지난 14일 오전·오후 연속 포사격 도발에 이어 두번째다. 심야와 한낮 등으로 시간대를 바꿔가며 긴장 고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도발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한·미의 13∼14일, 18일 전방 군사훈련이 이번 포 사격의 직접적 계기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적들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써 동·서해상으로 위협 경고사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적군이 전연일대에서의 자극적인 도발행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엄포를 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국지도발이 우리의 즉각적 대응을 유도해 남북간 긴장 고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전면적으로 NLL을 침범하기보다 해상완충구역 내에서의 포사격을 반복하는 것은 상대의 반응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군사합의 위반 행위를 계속함으로써 우리 측이 먼저 합의를 파기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9·19 군사합의에 대한 언급없이 합의를 위반하는 것은) 향후 우리 측이 합의를 파기할 경우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미 사실상 9·19 합의를 파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전향적인 목표를 갖고 도발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은 (파기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이미 9·19 합의가 파기됐다고 보는 것 같다”며 “NLL은 정전협정 이후 유엔군사령부가 일방적으로 그은 불법적인 선이라고 여기는 북한이 (이번 도발을 토대로) 곧 NLL 무력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측 먼저 합의 파기 안할 듯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 같은 국지 도발을 ‘징검다리’ 삼아 향후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방향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어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22일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이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저강도 대남도발을 계속함으로써 다음 수순인 고강도 도발을 벌일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18일 밤 동·서해 완충구역에 포병사격을 감행한 가운데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은 지난 14일부터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이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군도 정찰 수준을 높였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앞서 9·19합의를 파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 남북 군사합의 파기 주장이 나오는 것과 달리 군 내부적으로는 파기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파기된 합의를 우리 측에서 먼저 파기해 북한에 도발 명분을 만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9·19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인식에 따라 북한 도발이 계속될 경우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군사적 조치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홍주형·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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