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5년 뒤 농업생산 30% 스마트화
세계 시장규모 23조… 연 10%씩 성장
국내 시장은 3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최근 3년간 청년 경영주 10%대 정체
스마트팜 혁신밸리 수료생도 284명뿐
정부, 시장규모 1조원대 성장 목표로
소규모 다품목 노지작물 자동화 시작
자동 관수관리·농기계 자율주행 도입
표준화된 데이터 축적 플랫폼 구축도

“인구 감소, 기후 변화 등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농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5일 경북 상주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년 농업인이 재배하고 있는 딸기·방울토마토 온실을 둘러본 뒤 “환경을 자동 제어하는 지능형 첨단 온실과 함께 자동 관개 시스템, 자율주행 농기계를 활용한 노지 스마트팜도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농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지농업의 스마트화를 강조한 셈이다.

◆시설 위주 스마트농업 한계
국내 스마트농업은 원예 등 시설 농업 위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체 농가수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보급은 시설원예 6485㏊, 축산 농가 4743호에 그친다. 우리나라 시설원예 면적은 8만2810㏊로, 전체 농경지(154만6717㏊)의 5.4%에 불과하다. 스마트화의 방향이 노지로 확산해야 하는 이유다.
노지 스마트농업은 데이터 현황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노지 분야 스마트팜 정보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보급 농가로부터 연계 수집하고 있지만, 시설·원예와 비교했을 때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 2월 기준 국내 스마트팜 도입 농가 224곳에서 정보를 연계해 확보한 데이터 건수는 시설·원예 12만9121건인데 반해 노지 작물의 경우에는 1만4098건에 그친다. 데이터 수집이 부족하다 보니 활용도 또한 저조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을 이끌 인재 양성에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스마트농업에 거부감이 없는 청년농 육성이 절실하다. 청년층 스마트팜 경영주 비율이 최근 3년간 10% 수준으로 정체된 상황이다. 최근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전국 4곳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시작한 창업보육센터 수료생은 최근 3년간 284명에 그쳤다. 이는 당초 계획(600명)의 47.3% 수준이다. 그나마 수료생 중 실제 농업 분야에 취·창업한 비중도 2020년 1기 80%에서 2021년 2기 70.4%로 하락했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은 “현재 시설·원예 스마트팜 위주로 추진됐던 R&D(연구개발) 사업을 소규모 노지농업 위주의 국내 농업 구조에 적합한 분야 R&D로 확대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며 “R&D 단계, 세부 기술별 지속적으로 균형 잡힌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생산 30% 스마트화 전환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스마트농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올해 161억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00억원에 그치고 관련 기술 발전과 농가 도입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 농업 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고 시장 규모를 1조원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규모 다품목 영농 위주인 노지 작물에 대해서는 2027년까지 주요 곡물 재배 자동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내년 무인·자동화 시범단지를 조성해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용 드론·로봇 상용화를 지원한다. 또 주산지·품목별 시범단지를 만들어 자동 관수·관비 시스템, 방제용 드론, 환경 센서 등 즉시 보급 가능한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밭작물에는 자동·원격 관수 관리 시스템을 보급하고 자율주행 농기계·자동 관개 서비스 등 스마트농업에 적합한 농법이나 농지 형태도 정비한다.

스마트농업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표준화한 농업 데이터를 수집·관리·분석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스마트농업 데이터·AI 플랫폼을 구축한다. 플랫폼에서 민간·공공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유·거래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또 △AI 예측 △AI 온실 관리 △온실용 로봇 △축산 IoT(사물인터넷) △AI 축사 관리 △가변 관수·관비 기술(VRT) △자율주행 △노지 수확 로봇 등 8개 핵심 기술의 개발·상용화도 추진한다.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과 스마트팜혁신밸리 내 성능 시험장을 마련하고 지능형 농기계를 시험할 수 있는 실증단지도 구축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스마트농업이 기후변화, 노동력 부족, 환경 부담 등의 해결 수단이 되려면 많은 농업인이 스마트농업을 활용하고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스마트농업 장비·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며 “우리 농업인·기업 중심으로 스마트농업을 확산시키고 우리 농업을 혁신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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