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30)은 지난달 레스터시티와 리그 경기에 교체출장해 해트트릭을 해낸 경기가 끝난 뒤 울먹이는 얼굴로 피트니스코치인 지안 벤트로네와 긴 시간 포옹을 했다. 손흥민이 선수생활 동안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지지해줬던 인물로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자마자 그에게 감사를 표한 것. 그러나 한달 후 토트넘 벤치에는 벤트로네 코치 대신 그를 추모하는 꽃만 놓여있었다. 벤트로네 코치가 이달 초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손흥민이 세상을 떠난 코치에게 득점을 바쳤다. 1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4차전에서 프랑크푸르트(독일)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린 것. 이 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올 시즌 UCL 조별리그에서 첫 3경기에서 1승1무1패 승점 4로 위기에 빠져있었던 토트넘은 승점 3을 추가해 2승1무1패 승점 7로 조 1위로 올라섰다. 아직 16강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벗어나며 좋은 분위기에 올라섰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14분 센터백 에릭 다이어의 실수 속 프랑크푸르트 일본인 공격수 가마다 다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출발했다. 크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손흥민의 득점이었다. 전반 20분 해리 케인이 중원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 지역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UCL에서 첫 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하는 대신 팔에 둘렀던 검은 완장에 풀어 입을 맞춘 뒤 하늘을 가리키며 코치를 추모했다.
이후 8분 만에 역전골이 나왔다. 해리 케인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다.

이렇게 완벽히 바뀐 분위기 속에서 전반 36분 손흥민이 또 한골을 터뜨렸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완벽한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추모 의미 속 첫 골에는 환호를 미뤄뒀던 손흥민은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나서야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며 마음껏 기쁨을 누렸다.
손흥민은 후반 중반 수적 우세를 가져오는 퇴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후반 14분 손흥민과 경합 상황에서 투타가 반칙을 범해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후 토트넘은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다. 후반 41분 프랑크푸르트가 코너킥을 골로 연결해 추격에 나섰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토트넘이 후반 추가시간 또 한번 페널티킥을 얻어내기까지 했다. 다만, 이번에는 케인이 넣지 못하면서 경기는 3-2로 마감됐다.

한편, 김민재(26)가 활약하는 나폴리는 같은 날 이탈리아 나폴리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티디움에서 열린 A조 4차전에서 아약스(네덜란드)를 4-2로 꺾었다. 이로써 조별리그 4전 전승으로 남은 조별리그 두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6강행을 결정지었다. 김민재는 중앙수비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의 부상으로 기존에 나서던 왼쪽 센터백 대신 오른쪽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했지만 큰 무리없이 낯선 포지션을 소화해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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