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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온실가스 줄게, 미세먼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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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06 23:55:20 수정 : 2022-10-06 23: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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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하는 게 좋을까.

 

초미세먼지(PM2.5)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고,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 3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온실가스는 나라 안팎에서 지켜보는 눈이 많고, 이 또한 2030년까지 2018년에 비해 40%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겨울은 대충 넘기고 내년 봄부터 열심히 하면 괜찮지 않을까.

윤지로 환경팀장

혹시나 이런 고민을 하는 환경부 공무원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경찰이 ‘올겨울 강도를 잡을까, 사기꾼을 잡을까’ 고민하는 격이라고. 오염물질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게 환경부의 존재 이유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잡아야 할 적이다.

 

그런데 지난겨울 정부는 온실가스를 포기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겨울(12월∼이듬해 3월)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해왔다.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겨울에 석탄화력발전소 발전을 줄이고,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고 사업장이나 생활 속 배출원을 적극 감시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전 에너지 사용이 느는 겨울철 석탄발전 가동을 줄이는 것에 우려도 있었지만 석탄 대신 가스 발전을 늘리면 전력 부족은 큰 걱정 없이 넘길 수 있다. 가스는 석탄에 비해 미세먼지도, 온실가스도 덜 발생시킨다. 비용이 더 들겠지만 국민 건강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겨울 석탄 발전량은 61.3TWh(테라와트시)에서 66.5TWh로 전년도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둘러대기도 어려운 게, 같은 기간 전체 발전량은 4.8% 늘었는데 석탄 발전량은 8.4%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에너지원보다 석탄을 더 열심히 땠다는 얘기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노후 발전소를 최신 발전기가 대체해 발전량을 늘려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최신 설비가 온실가스까지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석탄을 태워 나오는 온실가스는 탄소포집을 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 발전기 효율이 올라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석탄을 좀 덜 쓸 수는 있지만, 지난겨울엔 석탄 사용량 자체도 4.8% 늘었다. 이런 사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장영진 1차관은 얼마 전 “계절관리제를 유보하면 3∼4개월간 무역수지가 25억달러 개선된다”고 했고, 앞서 박일준 2차관은 “계절관리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하자고 환경부와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환경부는 “합의는 없었다”고 손을 젓지만 속으론 ‘두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면 미세먼지라도 잡고 볼까’ 생각하는 눈치다. 부디 기우이길 바라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원전폐기물에서 한 발, 일회용컵 문제에서 또 한 발 자꾸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본 터라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윤지로 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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